시사정보 큐레이션/국내외 사회변동外(2)

[문재인의 평화 쇼] 先 종전선언, 後 비핵화 있을 수 없다

배세태 2021. 9. 22. 21:58

※先 종전선언, 後 비핵화 있을 수 없다

문재인 대통령의 ‘종전선언’에 대한 집착은 가히 병적 수준이다. 문 대통령은 최근 잇따른 북한의 미사일 발사 속에도 유엔까지 날아가 다시 한 번 ‘종전선언’ 카드를 꺼내 들었다. 문 대통령은 22일(한국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 76차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해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가 모여 한반도에서 전쟁이 종료되었음을 함께 선언하기를 제안 한다”고 했다.

유엔이 코로나로 인해 지난해처럼 비(非)대면회의를 이유로 참석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고, 임기도 5개월밖에 남지 않았는데 기어코 참석을 하더니 이런 ‘평화 쇼’를 하러 간 것이라니 할 말을 잃게 한다. 더구나 비핵화 없는 선(先) 종전선언은 미국의 대북외교방침과 어긋나고 비핵화 없이는 실현 가능성도 없는 말을 던져 대미 외교관계를 어렵게 할여지만 남겼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9월 23일 유엔총회 영상 기조연설에서도 “종전선언이 한반도 내 비핵화와 함께 항구적 평화체제의 길을 여는 문이 될 것”이라며 한반도 종전선언을 위해 국제사회의 협조를 당부한 바 있다. 그리고 이어서 그해 10월 8일 코리아 소사이어티 만찬 화상 기조연설에서도 “종전 선언이 한반도 평화의 시작”이라고 했다.

하지만 10월 28일 국회 시정연설에서는 북한군의 우리 국민을 공해 상에서 살해해 소각까지 한 행위를 ‘사망’으로 표현하며 “평화체제의 절실함을 다시금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고 했다. 북한이 우리 국민, 그것도 해양수산부 소속 공무원을 공해에서 살해해 시신을 불태운 사실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그 이후 북한은 지금까지 사과를 하지 않고 있다.

그런데도 이 정부는 북한에 의해 피살된 국민을 두고 “빚이 많아 자진 월북했다”는 식으로 왜곡하기까지 했다. 그러고도 대통령은 유엔에서 다시 “한국전쟁 당사국들이 모여 종전선언을 이뤄낼 때 비핵화의 불가역적 진전과 함께 완전한 평화가 시작될 수 있다”고 말했다. 종전선언이 마치 비핵화와 평화의 문을 여는 도깨비 방망이라도 된다는 말인가.

이 정부의 발언들을 종합해 보면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에 대해 구분을 제대로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남북한 정전협정으로 지난 68년간 전쟁이 재발되지 않고 있었다면 그 자체가 사실상 종전이나 마찬가지이다. 물론 법적인 종전은 평화협정이 체결돼야 이뤄진다. 그러므로 평화협정을 체결하는 주된 목적은 종전을 위해서다.

따라서 평화협정이 체결되기 전엔 종전선언을 골백번 한다 해도 종전은 될 수 없다. 때문에 종전선언은 평화협정을 체결하자는 정치적 선언에 불과한 것이다. 물론 평화협정을 체결하기 전에 종전선언을 먼저 한 예외적 사례가 없는 것은 아니다. 1956년 10월 19일 모스크바 일. 소 공동선언이 그것이다. 하지만 그것도 정식 조약체결 절차를 거쳐 법적 구속력을 갖추었기에 평화협정이었다.

문 대통령이 추구한다는 ‘평화체제’는 평화협정과 이의 이행을 보장할 장치를 포괄하는 개념이다. 그간 한반도의 정전체제를 대체할 평화체제가 구축될 수 없었던 것은 정치적 의지가 없어서가 아니다. 필요충분조건이 충족되지 못해서였다. 남북한과 미국, 중국이 참가하는 ‘한반도 평화체제’수립을 위한 4자 회담만 1997년부터 1998년까지 6차례나 열렸다. 그러나 “주한 미군 철수 문제부터 논의하자”는 북한의 주장에 막혀 아무런 성과가 없었던 것이다.

2005년 9월 19일 6자회담 공동성명 4항은 “직접 관련 당사국들은 적절한 별도 포럼에서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체제’에 관한 협상을 가질 것이다”라고 선언했다. 2018년 6월 12일 싱가포르 미. 북 정상 공동성명 2항은 “한반도에 항구적이고 안정적인 ‘평화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공동으로 노력할 것”을 공약했다. 그런데도 종전이 아직도 요원한 것은 오로지 평화체제 수립과 연계된 비핵화를 북한이 계속 거부해 오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평화협정을 체결하려면 어떻게 하면 될까? 북한이 비핵화를 선언하는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난다 해도 그 과정은 그리 순탄할 수 없다. 핵 동결과 핵 시설 폐기에 이어 보관중인 핵무기와 핵물질의 폐기, 반출 그리고 핵 폐기 검증 등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한다. 불행히도 그 같은 단계를 거치는 동안 북한이 변심이라도 한다면 원점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평화협정을 북한 비핵화에 대한 보상의 하나로 체결하게 된다면 그 과정에서 종전선언을 추가 할 수도 있다. 다만, 어느 단계에서 종전선언을 추가 하는 게 비핵화에 도움을 줄 수 있는가 하는 문제는 또 다른 결심이 필요하다. 이유야 어떻든 북한이 핵 무력을 계속 증강하고 있고 각종 도발행위를 지속적으로 벌이는 상황에서 말뿐인 ‘종전선언’을 한 들 그것은 또 한 번의 ‘평화쇼’에 불과한 것이다.

따라서 그런 종전선언은 대북 선심용이 아니면 남한 내 친북 세력의 활동반경을 넓혀주는 결과만 낳게 될 것이 뻔하다. 특히 유엔군 사령부 해체와 주한미군 철수 캠페인, 국가보안법 폐지 운동 등에 악용될 소지가 많다. 다만, 북한이 전면 핵 동결 이후 본격적인 핵 폐기에 들어간다면 북한에 대한 제재 문제를 부분적으로나마 검토할 수는 있다. 하지만 이런 희망은 현재 상황으로는 연목구어(緣木求魚)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종전선언을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 재개의 출발점으로 삼으려는 문 대통령의 생각과는 달리 미국은 자국과 동맹국들의 안보에 미칠 파급효과부터 꼼꼼히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다시 말해 ‘선(先) 종전선언, 후(後) 비핵화‘ 구상에는 일단 선을 그은 상태다. 종전선언이 유엔사 해체 주장, 주한 미군철수 요구 등으로 이어지면서 한반도 안보상황을 흔들 수 있다고 판다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미국은 당분간 북한에 대해 외교와 제재를 통한 압박이라는 투 트랙의 접근을 할 것으로 본다. 그것만이 미국이 비핵화 동력을 유지하는데 유리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일 것이다. 평화체제의 대(大)전제는 비핵화에 있다는 게 미국의 일관된 방침이다. 따라서 종전선언은 비핵화를 위해 활용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결론이다. 그렇다면 이번 문 대통령의 종전선언 카드 제시는 실현 가능성이 없는 “평화 쇼‘에 그칠 테니 그저 그의 확증편향에 놀랄 뿐이다.

출처: 장석영 페이스북 2021.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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