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정보 큐레이션/국내외 사회변동外(2)

[촛불인민 혁명] 박근혜-이재용 둘의 중형은 문재인 정권의 출생의 명분이자 생계의 근거

배세태 2021. 1. 20. 17:01

※박근혜-이재용 둘의 중형은 문재인 정권의 출생의 명분이자 생계의 근거

영미식 재판의 가장 신비한 부분은 배심원 제도라 여긴다. 배심원의 결정(평결) 이후에만 법관이 판결을 낸다. 그러나 ‘신기한 나라의 앨리스’의 마지막 장면에서 악한 여왕은 이를 무시한 엉터리 재판을 주도한다. “아니, 아니야! 판결이 먼저이고 배심원의 평결은 그 다음에 하는 거지(Sentence first—verdict afterwards)”

이 나라 촛불인민 혁명에서 판결은 이미 내려졌던 것이고 그 결정문을 통지받은 뒤 헌재 기타 너절한 사법과정들은 이를 오직 구체화해 간 거짓 법치주의였을 뿐이었다. 평결에 해당될만한 진실 규명 노력은 억제되었고 변론은 애초부터 무시되도록 예정된 것이었다. 사법부 수장을 실제로 제 인물로 채운 마당에 위안부 관련해 일본에겐 ‘삼권분립이라 사법부 판결에는 대통령도 어쩔 수 없다’는 의뭉으로 변명함이 비웃음을 받는 건 이 때문이다.

당시 박근혜를 불법 및 담합 탄핵할 때 핵심 공범으로 이재용을 여러겹 엮어 놓았었다. 이제 와 그 어느 한쪽을 방면하는 순간 둘의 교차 포승으로 박근혜를 탄핵으로 끌고 갔던 문재인은  스스로 궁색한 지경에 빠지게 된다. 국정연설문 작성을 사적으로 도움받았다거나 세월호 사건을 방치하고 비밀 애인과 밀회를 탐한 악녀.. 등의 근거없는 증오만으로는 박근혜 축출이 어림없었기 때문에 돈을 탐하는 꼬릿한 경제범으로 만드는 공동 죄인으로 이재용이 엮여 있다. 따라서 둘 중 한쪽을 방면하는 순간, 박근혜의 죄라고 옭아맨 큰 혐의들도 힘을 잃는다. 박근혜에게 정치범적 요소만 남겨지면 매우 곤란해진다. 이재용은 박근혜의 강압에 눌렸던 피해자일 뿐이라는 변론에 기대어 이재용을 옹호하려거나 광포한 독재자의 변덕같은 자비를 갈망함은 이런 큰 맥락을 놓친 것이다.

이리저리 띠워진 사면 애드벌룬을 보니 달리 생각한 국면들은 분명 있은 듯하다. 그러나 부당한 인민재판으로 만고의 죄인이라고 대못을 깊이 박았기 때문에 나중에 선거전략 등에 써먹고자 적당히 움직여보려니 문재인 자신도 빼도박도 못하는 지경에 놓인 꼴이다. 둘 중 어느 한쪽을 방면하면 곧 다른 쪽도 방면할 수밖에 없는데 그 순간 문재인 정권의 근거 및 정당성이 순식간에 흔들린다. 박근혜ㅡ이재용 둘의 중형은 문재인 정권의 출생의 명분이자 생계의 근거이기 때문이다.

문재인은 자신이 너무 멀리 가 있음을 이제 깨달을 것이다. 한 가지 길만 선택할 수 있고 동시에 자신도 미래에 그런 식으로 취급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 자신이 달리 취급되도록 어떠한 보험을 들기에도 너무 늦었다. 그냥 그리 가라, 운명의 끝으로. 우리들도 한국의 정치 및 경제 두 국면의 가장 큰 파국을 방조한 값을 충분히 치를 각오를 해야 하고 또 그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출처: 김행범(부산대 교수) 페이스북 2021.0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