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정보 큐레이션/국내외 사회변동外(2)

■■<시론>한국 보수의 거대한 착각...현재 만악의 근원에 국민의힘이 있다■■

배셰태 2020. 10. 13. 13:11

보수의 거대한 착각
문화일보 2020.10.12 이용식 주필
http://m.munhwa.com/mnews/view.html?no=2020101201073011000001

서울시장 선거 野 벌써 김칫국
확장성 없는 반대는 고립 자초

知彼知己 못하고 서로 삿대질
변화에 선제 대응하는 게 보수

필사적으로 국민의 힘 모아야
욕하긴 쉬워도 이기긴 어렵다
.


지금 한국 정치 상황은 100년 전 이탈리아 파시즘 등장 때와 유사한 측면이 많다. 제1차 세계대전 여파로 유럽 국가들은 승패를 떠나 모두 경제적 사회적 정치적 불안에 봉착했다. 스페인 독감도 세계를 휩쓸고 있었다. 베니토 무솔리니는 이런 위기를 적극 활용했다. 원래 마르크스주의를 신봉한 좌파였지만, 민족주의 선동이 효과적임을 금방 알았다. 사회당과 결별하고 1919년 ‘전투단’을 조직했다. 이때 사용된 파쇼(fascio·묶음) 개념이 파시즘의 출발이다.

1921년 국가 파시스트당으로 개편해 의회에 진출하고, 이듬해 맹신자 4만 명으로 ‘로마 진군’을 벌여 내각을 차지하고, 1924년 총선 압승으로 의회도 장악했다. 야당과 언론을 말살하고, 개혁을 빌미로 법률을 맘대로 바꿨다. 전염병도 활용했다. 말라리아를 잡으려면 모기 서식처부터 없애야 한다며 ‘습지 물빼기(drain the swamp)’ 간척 사업을 벌였는데, 같은 발상으로 수만 명의 관료 등 비협조자를 몰아냈다. 21년 집권 끝에 이탈리아는 패망하고, 자신은 총살됐다.

현 정권 행태는 파시즘 초기 단계를 넘어섰다. 안보와 미래를 저버리고, 파렴치 권력형 범죄까지 뭉갠다는 점에서는 더 사악하다. 그럼에도 보수의 실상을 보면 여당의 20년 집권론이 허망하지 않다. 국민의힘은 내년 4월 서울시장 선거에 기대를 걸지만 어림없다. 구청장과 시의원 대다수가 여당 소속인 데다 선심 공약 등 정권 프리미엄이 총동원되고, 선관위와 경찰이 어떻게 움직일지 뻔하다. 다음 대선도 마찬가지다. 그런데도 김칫국부터 마신다. 욕하긴 쉽지만 이기긴 어렵다. 망국을 막으려면 보수의 각성이 급하다. 그러지 않으면 역사적 공범이 된다. 당장 다음의 착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첫째, 온갖 비리와 실정 탓에 현 정권은 저절로 붕괴할 것이라는 기대다.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북한만 봐도 알 수 있다. 내년 이때쯤 문재인 대통령의 레임덕은 심각할 것이다. 조국·윤미향·추미애 사태에서 보듯 생계형 노멘클라투라로 전락한 여권 인사들은 차기 권력으로 몰려가겠지만, 보수에 유리한 일은 아니다. 후계자가 문 정부 청산 쇼를 벌이며 시즌 2를 열기 때문이다.

둘째, 애국 세력의 외침이 정치적 태풍을 일으킬 것이라는 희망이다. 보수 유튜버도, 태극기 부대도, SNS를 통한 규탄도 중요하다. 그러나 확장성이 없다. 공감대 확산 없는 끼리끼리 반대는 여권 프레임에 얹히고 고립을 키운다. 급소를 파악해 팩트와 논리로 공격해야 한다. 진중권 전 교수의 촌평이 반향을 일으키는 이유다. 이런데도 여전히 지피(知彼)도 지기(知己)도 하지 못한다.

셋째, 지도자감이 없어 희망도 없다는 한탄이다. 그럴듯하지만 틀린 주장이다. 사회 갈등 구조가 복잡해지면서 정치적 영웅시대는 끝났다. 문 대통령을 향해 온갖 비하 주장을 하면서, 그런 사람도 대통령이 되는 세상이 왔음을 인정하지 않는다. 부족해 보이는 사람들을 묶어 공동집권 구상을 잘 실행할 세력이 이긴다. 과거 김대중은 김종필, 노무현은 정몽준, 문재인은 김종인을 끌어들였다. 그런데 보수는 알량한 지지세를 놓고 서로 삿대질한다. 안철수든 반기문이든 함께 할 포용성이 절박하다. 정당 연합 같은 일본 자민당에서도 배울 게 있다.

넷째, 근원적 문제인데, 보수는 기존 질서 수호자라는 오해다. 정반대다. 보수는 변화에 선제 대응함으로써 파괴적 혁명을 예방하면서 사회를 발전시킨다. 영국 보수당의 여성 선거권 도입 주도, 미국 공화당의 노예 해방, 독일 철혈 보수주의자 비스마르크의 사회보장제도 창설만 봐도 알 수 있다. 독점 대기업을 규제하고, 국가의 환경보호 의무를 실천하고, 빈부 격차 해소를 위한 ‘공평 정책’을 본격 추진한 사람도 미국 공화당 소속의 시어도어 루스벨트 대통령이었다.

현재 만악의 근원에 국민의힘이 있다. 당명과 달리 국민의 힘을 모을 의지도 능력도 없다. 비상대책위원회는 있지만 정작 비상대책은 없고 ‘웰빙당’ 시절보다 더 한가하다. 의원 103명이 필사적으로 ‘제2 국회’ ‘제2 국감’이라도 열어 국민 관심을 끌어야 한다. 집값·취업·교육 등 문 정권 지지층인 3040세대가 분노할 의제도 널려 있다. 비대면 서명운동이든, 열혈 보수를 묶어낼 조직이든, 스마트 의병 활동이든 뭐든지 방법을 찾고 강력히 나서야 한다. 시간이 없다. 앞으로 1년이면 파시즘 체제가 완비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