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정보 큐레이션/국내외 사회변동外(2)

개돼지는 가고 이제 소들이 일어난다...문재인에게서 벗어나고자 비 오는 2020. 8.15 광화문에 모인 각성한 위대한 소떼들

배세태 2020. 8. 15. 22:13

※개돼지는 가고 이제 소들이 일어난다

이제 기념일 때마다 이 정권이 내뱉어놓을 망언들에 바짝 긴장하고는 오후쯤이면 상심하기에 익숙하다. 문재인의 8.15 경축사만큼 그런 역사 농단을 떠벌이기 좋은 기회도 없다. 다 뻔한 헛소리들이었다. 그걸 보지 않은 사람들의 귀를 보호하기 위해 그것들을 자세히 언급하고 싶지 않지만 몇 가지는 역겨움을 무릅쓰고 비평해야 한다.

독립운동이 독립 및 민주공화국 수립의 혁명을 동시에 이루었다는 건 착각이 아니라 거짓말이다. 부끄럽지만 당신 나라의 소위 ‘독립운동’은 해방도 건국도 가져오지 못했다. 1945년 우리는 연합국 특히 미국이 일본을 패망시킴으로 졸지에 해방 상태가 주어진 것이었다. 8.15의 가장 큰 의미는 1948년 이날 이승만을 국가수반으로 하는 민주공화국을 우리가 스스로 세웠다는 점이다. 그래서 한국의 8,15는 남이 만들어준 해방보다는 스스로 만든 건국이 훨씬 더 중요하다. 해방이 되었다해도 나라 없인 무의미하며 해방은 건국의 기초 조건에 불과하다. 건국절의 가치를 축소하지 말라.

문재인의 연설이 아직도 품고 있는 사실은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을 지우고, 역사 시공을 1945년 해방으로 거꾸로 돌리려는 것. 해방은 중국에서 활동한 항일, 공산, 좌파 운동한 자들이 가져왔다는 역사를 창조한 후, 그 시점으로 돌아가 거기서 새 국가를 건국하겠다는 것이다: 새 좌파 나라를. 그리하여 항일 빨치산 운동을 통해 선 이북과 더불어 남북이 항일운동 공동체였다는 관념을 고착하고 이 사고를 기반으로 남북연방제로 이어가려는 것이다.

‘사람 중심’의 사회? 그건 아무 의미 없는 허언이다. 사람 중심 아닌 사회는 어디에도 없었으니. ‘어떤 사람’인가만이 중요하다. 해방 속 혼돈과 무질서의 무국적(無國籍) 군중들로 남을 사람들을 건국을 통해 국민으로 수용하고 6.25 전쟁에서 살아남도록 싸운 게 이승만 정부였고, 거기서 살아남았으나 곧 굶어죽는 상황에 직면했던 사람들을 먹여 살린 게 박정희 정부였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의 ‘사람’은 과거 시대를 부정하고 국민을 적폐로 몰아치면서 제 특권을 사유화하려는 좌파 촛불정변의 주역들일 뿐이다. 그 특권 정파에 들지 못한 다른 국민은 사람이 아니라 일종의 공공재(the public goods)이거나, 적폐라는 것들(the things)이거나, 부과될 세금(the tax) 그 자체로 치부되고 있다.

격차없는 평등한 사회? 그야말로 사람의 말이 아니라 개소리이다. 개인의 능력에 따라 남들과는 다른 더 낫고 다채로운 삶의 결과를 얻을 수 있어야만 좋은 사회이다. 더 노력을 하면 남보다 더 나은, 곧 격차가 나는 삶이 보장되지 않고 획일적 결과가 주어지는 평등한 나라는 공산주의뿐이다.

다수를 빙자해 악법들을 뚝딱 만든 건 입법(legislation)이지 법(law)이 아니다. 대법원, 헌재 및 사법부를 촛불로 그을러 놓은 후 그들을 통해 법치를 가장하여 제 정파 아니면 적폐나 적으로 몰아 죽이는 가학(加虐) 체제가 내세우는 사람 중심 사회, 격차없는 사회란 아무 의미 없는 공기 진동이다. 어떤 사람이고 어떤 평등인가.

이런 날의 국정 연설에 돌연 미세한 개별 정책들을 지적함은 거시-미시 수준의 정합성에 전혀 안 맞건만 이 와중에도 작은 자랑들은 놓치고 싶지 않았던지 코로나는 내 공적이요, 홍수관리는 이상 기후의 탓이란 잡소리는 잊지 않았다. 한일 경제갈등은 이미 다 이겨놓았다고 허풍을 치면 그게 정작 이제부터 본격화되면 어찌하겠다고. . .

어느 시인 나부랭이가 섬진강엔 보가 설치되지 않아 자연이 보존되어 자랑스럽단 글을 과거에 썼던 모양이다. 거기에 엄청난 홍수가 닥쳐 온통 범람하자(그 시인의 집은 잘 보존되었기를 기원한다) 이런 놀라운 일이 있나. 소 떼들이 살아남겠다고 수 십리, 수 시간을 달려 가는 장면. 개돼지와 소의 차이가 이런 것이리라. 살고자 필사적으로 달아나는 소들에게서 대깨문인 개돼지들과 다른, 이 숨막히는 정권에게서 필사적으로 벗어나려는 진정 ‘사람’들을 연상했다. 우리는 그간 개돼지만 너무 보다 소를 잊고 있었다. 문재인에게서 벗어나고자 비 오는 2020. 8.15 광화문에 모인 각성한 위대한 소떼들의 우엉거림에서 희망을 보았다. 그게 이번 건국절에 얻은 8.15 희망의 메시지.

출처: 김행범 페이스북 2020.08.15
(부산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