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갈등속 한국 선택 압박…“가치 공유하는 동맹 편에 서야”
VOA 뉴스 2020.06.17 백성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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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한국 서울의 한 은행 외환거래소에서 컴퓨터 화면에 비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모습. (자료사진)
미-중 갈등이 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한국이 어느 한쪽을 선택해야 하는 압박감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한국은 영토적 야심을 가진 중국 대신, 경제력과 국방력이 앞서고 민주주의 가치를 공유하는 미국의 편에 서기로 이미 서약했다는 게 워싱턴 조야의 시각입니다. 미국은 한국의 ‘외교적 딜레마’를 이해하고 적극적인 지원 의지를 공언해야 한다는 주문도 함께 나옵니다.
미-한 외교·안보 협력에 직접 관여했던 미 전직 관리들은 두 나라 동맹에 대한 한국의 인식과 가중치에 변화가 생겼으며 여기에는 중국이 중요한 변수로 떠올랐다고 평가합니다. 미-중 간 전략적 경쟁이 심화되고 갈등이 표면화되면서, 오랫동안 미국에 안보를 의존해 온 한국이 경제력을 앞세운 중국의 압박에 밀려 한쪽을 선택해야만 하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는 인식입니다.
로렌스 코브 전 국방부 차관보는 “중국이 전략적 목표를 달성하는 데 경제력을 사용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한국이 발전을 이루고 중국에 대한 경제 의존도가 미국 못지않게 높아지면서 미-한 관계를 이전 수준으로 지속시키기 어렵다고 느끼는 한국인들이 많아졌다”고 분석했습니다.
이런 진단은 미-소 냉전의 종식 이후 쓸모없어진 개념으로 간주되던 ‘핀란드화(Finlandization)’가 한반도에서 되살아나고 있다는 우려로 이어집니다. 냉전 시기 대외무역의 30%를 소련에 의존하면서 소련의 정치외교적 압박을 벗어나지 못했던 핀란드의 외교적 행보와 닮아간다는 뜻입니다.
한국 인천항에서 운송회사 관계자가 중국발 컨테이너를 점검하고 있다.
브루스 벡톨 앤젤로주립대 교수는 한국이 ‘핀란드화’ 되기 시작하는 것이 아니기를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한국은 공산주의 독재국가인 중국과 가치를 공유할 수 없으며, 가치를 공유하는 미국을 강력한 동맹으로 둘 것이라고 말하는데 어떤 문제도 없어야 한다”는 겁니다.
지난달 말까지만 해도 “미국과 중국 중 한쪽을 택할 것을 국가들에 요구하지 않는다”는 원론적 입장을 밝혀온 미 국무부가 최근 한국의 선택을 자명한 것으로 규정한 것은 워싱턴 조야의 이런 인식을 대변합니다. 미-중 양국택일의 상황에 빠질 필요가 없다는 이수혁 주미 한국대사의 발언에 대해 국무부가 나서 “한국은 수십 년 전 권위주의를 버리고 민주주의를 받아들였을 때 이미 어느 편에 설지 선택했다”고 반박하는 이례적인 모습을 보인 겁니다.
한반도 문제를 다뤘던 미 전직 관리 등 전문가들은 국무부가 사용한 ‘수십 년 전’이라는 과거형 보다 더욱 구체적으로 ‘한국은 67년 전 ‘한미상호방위조약’ 체결을 통해 동맹이자 민주주의 국가인 미국과 함께할 것을 약속했다’고 지적합니다.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수석부차관보는 “한국은 미국의 동맹으로서, 한국의 유일한 동맹이자 한국 안보의 보증인인 미국의 편에 서기로 세계 무대에서 이미 선택을 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한국은 자유롭고 개방적이며 민주적인 사회이고 한국인들은 자국 영토를 마지막으로 침략한 나라가 중국이라는 사실을 기억한다”며 “한국 지도부는 이런 요소를 신중히 고려해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지난 2015년 12월 한국 연천군 한탄강에서 미군과 한국군 공병대가 연합 도강훈련을 실시했다.
다만 전문가들의 이런 인식은 ‘한국에게만 선택의 부담을 지워선 안 된다’는 전제를 깔고 있습니다. ‘조약으로 맺어진 미-한 동맹은 한국의 선택을 문서화한 것이지만 미국은 두 나라의 특수 관계를 자동적인 것으로 간주해서는 안 된다’는 단서를 달았습니다.
데이비드 맥스웰 민주주의수호재단(FDD) 선임연구원은 “모든 한미연합사 사령관들은 한국이 1953년 한미상호방위조약에 서명했을 때 미국과 중국 중 어떤 나라와 함께할 것인지 선택한 것이라고 말했다”며 “하지만 우리는 이를 당연하게 여길 수 없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이어 “미국이 한국에 사드 배치를 강요하면서도 중국의 경제 전쟁으로부터 한국을 보호하지 않은 것은 미-한 동맹을 너무 당연시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아울러 “미국은 한국에 더 많은 방위비 분담금을 강요함으로써 또다시 동맹을 당연시하고 있다”며 “중국은 이를 영향력을 확대하고 미국의 기반을 약화시킬 기회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벡톨 교수는 “한국의 롯데 그룹 등이 3년 전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대규모 손실을 보는 등 어려움에 처했을 때 미국은 반발하지 않았다”며, “이제는 동맹인 한국에 대한 지지를 공개 표명하면서 목소리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과 발언은 무게감이 매우 크다”면서 “중국이 또다시 한국에 대한 경제 조치를 시도한다면 우리의 가장 강력한 동맹국 중 하나인 한국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지난 2017년 4월 촬영한 한국 성주의 미군 사드 포대.
코브 전 차관보는 “한국이 대외관계를 맺는 데 있어 최선의 선택을 원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중국과 교역을 계속하고자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북한과 맞서기 위해 주한미군과 미국의 무기, 기술 등이 필요한 만큼 두 나라의 화를 돋우지 않도록 조심하는 것”이라고 풀이했습니다. 이어 “한국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할 수 있는 상징적 조치들을 취할 수 있을 것”이라며 미-한 연합군사훈련 조정 등을 예로 들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한국이 처한 지정학적 현실과 ‘외교적 딜레마’를 인식하면서도, 한국의 전략적 이익에 부합하는 선택은 명확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중국과 비교해 경제력과 국방력에 있어서 크게 앞서 있고 통치 이념에서도 한국과 맞닿아 있는 패권국이자 동맹국인 미국과 같은 길을 가야 한다는 설명입니다.
맥스웰 연구원은 “안보와 경제는 복잡하게 뒤얽혀 있다”며 “한국은 어떤 영향권 내에 속할 것인지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한국이 경제를 안보보다 우선시하는 결정을 할 경우 중국 공산당의 권위주의 체제에 의해 직간접적으로 곧 지배될 것이고, 한반도 전체를 김씨 정권 통치 하에 장악하려는 북한의 체제 전복 시도, 강압과 강탈, 무력 사용 등에 극도로 취약해질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이어 “한국 정부와 한국민은 누구와 나란히 설 것인지 잘 생각해야 할 것”이라며 “(중국) 공산당의 직간접적 영향 아래 가짜 번영을 누릴 것인지, 아니면 경제를 탄력 있게 운영하면서 중국의 경제전과 정치전으로부터 자국을 방어할 수 있도록 조절할 수 있는 안전한 자유 민주주의로 남을 것인지에 대한 문제”라고 강조했습니다.
맥스웰 연구원은 한국이 자유롭고 번영하는 국가로 남기 바란다면 중국과 북한의 전략을 이해하고 이에 대응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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