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정보 큐레이션/국내외 사회변동外(2)

■■[김태우 칼럼] 4.15 총선 이후 한국의 안보과제...무수한 失政에도 '야당복과 언론' 덕에 압승한 집권당■■

배세태 2020. 4. 24. 10:45

[김태우 칼럼] 4.15 총선 이후 한국의 안보과제

펜앤드마이크 2020.04.24 김태우 객원 칼럼니스트(前 통일연구원장·前 한국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

http://www.pennmike.com/news/articleView.html?idxno=30861

 

무수한 失政에도 '야당복과 언론' 덕에 압승한 집권당...안보 약화와 동맹 이완 계속될

 

김태우 객원 칼럼니스트

 

진보 아닌 좌파의 승리

 

186 대 107. 우파의 참패와 좌파의 압승으로 긑난 4•15 총선의 최종 스코어다. 186이란 거여(巨與) 180석에 다른 좌성향 정당의 6석을 합친 숫자이며, 108은 거야(巨野) 103석에 우성향 무소속 4석을 합친 숫자이다. 대부분의 언론들이 ‘진보의 승리와 보수의 배패’라고 했지만, “보수들이 벌이는 구태(舊態)에 진저리를 낸 진보가 좌파의 편을 들어주었다”는 것이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본래 ‘진보(progressive)’와 ‘보수(conservative)’란 자유민주주의 체제 유지, 국가안위, 국리민복 등의 동일한 목표들을 지향하되 목표 성취를 위한 정책 기조에서 더 전향적이고 덜 전향적이라는 차이를 보일 뿐이다. 예컨대, 대한민국의 많은 젊은이들은 스스로를 ‘진보’라고 생각하지만, 그들은 주사파가 아니다. 대부분은 자유민주주의 체제 안에서 행복하게 살기를 원하며 결코 사회주의 체제나 수령독재 체제의 북한식 주체사회를 원하는 것이 아니다. 이런 의미에서 본다면, 좌우 스펙스럼에서 보수와 진보는 체제 유지를 원하는 ‘우파’에 속하며 체제 변혁을 원하는 ‘좌파’는 소수에 지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좌파는 우파의 왼쪽에 위치한 진보들을 ‘내편’으로 만드는데 성공함으로써 대승을 거두었다. 때문에 이번 총선은 ‘우파에 속하는 모든 사람들,’ 즉 보수와 진보가 패배한 선거였다. 진보들은 자신들이 지지한 정당이 압승했다는 이유로 승리감을 느낄 수 있지만, 힘을 더한 좌파들이 보수나 진보가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나라를 끌고가는 것을 확인하고 자신들도 패배자였음을 깨닫기까지는 약간의 시간이 걸릴 것이다. 어쨌든 이제부터가 걱정이고, 안보 문제도 걱정거리 중의 하나이다.

 

야당복(野黨福)과 언론이 가져다준 집권세력의 승리

 

<중략>


3대 안보정론 무시에서 출발한 안보 파괴

 

<즁략>

 

동맹 파괴 우려된다

 

싫든 좋든 미국은 6•25 전쟁에서 한국의 공산화를 막아준 나라였고, 한미동맹은 이후 수십년 동안 안보방패와 안정성을 제공함으로써 한국의 경제기적을 가능하게 만들었으며, 지금도 한국의 생존과 번영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총선에서의 여권의 압승으로 동맹 파괴의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우려된다.

 

문재인-트럼프 콤비네이션이 등장한 이래 지난 3년 간 한미동맹의 건강성은 유례가 없을 정도로 악화되었다. 문 정부는 북한을 안보위협 세력으로 보지 않는 친북적인 정책기조를 취하면서 중국에 대해서도 과도한 친근감을 보이면서 중국이 원하는 것들을 죄다 들어주는 기조를 취해왔다. ‘친북(親北)•종중(從中)’이라는 비판이 제기되었음은 당연했다. 일본에 대해서는 지나친 반일(反日) 정서를 표출했고, 미국과는 점점 더 멀어지는 탈미(脫美) 기조를 견지했다. 적지 않은 미국 국민, 전문가, 정책결정자 등이 “왜 우리가 한국을 지켜주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제기하기 시작했고, 미국의 방위공약이나 핵우선의 신뢰성은 크게 약화되었다. 여기에 더하여, 엎어진 동맹을 밟는 역할을 하는 것이 트럼프 행정부의 상업주의적인 접근이다. ‘미국 제일주의(America First)’를 외치면서 집권한 트럼프 대통령은 동맹을 위해 돈을 쓰고 피를 흘려온 전통적인 적극적 개입주의 (On-shore Intervention)을 포기하고 가급적 미국의 돈과 피를 아끼는 소극적 개입주의(Off-shore Intervention)로 선회하면서 나토(NATO), 일본, 한국 등 동맹국들에게 무자비할 정도로 방위비분담의 증액을 요구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와 집권세력이 기존의 ‘친북•종중•탈미•반일’ 기조를 고수한다면 동맹의 건강성은 더욱 악화될 것이고 동맹의 파멸까지도 걱정해야 할 것이다.

 

동맹과 관련하여 헤쳐나가야 할 과제들은 너무나 많다. 사드(THAAD) 추가 배치 문제, 방위비분담금 협상,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의 조기 전환 문제 등 풀지 못한 문제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사드 문제는 문재인 정부가 중국에게 ‘3불(不) 약속’을 해주면서 꼬일대로 꼬였다. ‘3불 약속’이란 중국에게 사드의 추가 배치, 미국 미사일방어 체계와의 통합, 일본과의 안보동맹 등을 시도하지 않겠다고 약속해준 것을 말한다. 북한이 핵개발과 미사일 성능 개선을 계속하고 있음에도 한국은 48기의 요격미사일을 가진 사드 1개 포대만을 성주에 배치하고 있을 뿐이며, 그나마 데모꾼들이 정문을 지키고 있어 기지의 정상 운영이 되지 않고 있다. 방위비분담금을 둘러싼 한미 간 협상도 난항 중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2020년 분담금을 2019년 대비 13%나 올린 1조 1700억 원을 내겠다는 한국 정부의 제안마저 거부함에 따라 2019년 말에 타결되었어야 할 방위비분담금 협상이 해를 넘긴 지금도 미결 상태에 머물고 있다.

 

전작권 문제는 동맹의 존속과 관련한 핵심 사안으로서 사드 문제나 분담금 문제와는 비교할 수 없는 비중을 가진다. 현 전작권(War-Time Operational Control)-연합사(CFC) 체제는 전쟁이 나면 한미군이 단일 지휘체제 하에서 한 몸이 되어 싸우도록 해놓은 것이고 이를 수행하기 위해 1978년에 창설된 것이 한미연합사이다. 연합사의 사령관이 미군 대장이고 부사령관이 한국군 대장이어서 미군이 한미군의 작전을 주도하게 되는데, 이 때문에 한국의 좌파들은 군사주권과 국가자존심을 미국에 맡겨놓은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여왔다. 국가자존심보다는 국가생존이 먼저라는 합리적인 설명에는 귀를 막았다. 북한의 입장에서 보면 현 전작권-연합사 체제는 적화통일과 전쟁도발을 가로막는 최대의 장애물이다. 때문에 이 체제를 해체하는 것은 북한과 중국의 오랜 숙원사업이다. 한국 정부가 그들의 숙원사업을 조기에 해결해 주기 위해 진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기에 많은 전문가들이 반발하고 있다.

 

우려스러운 국방장관의 안보 인식

 

<중략>

 

어쨌든 지금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고 신고립주의로 선회하면서 ‘안보 무임승차론’으로 동맹국들을 압박하는 중이다. 때문에 한국이 전적권 전환을 요구하면 기다렸다는 듯이 수용할 가능성이 크다. 울고 싶은 사람의 뺨을 때려주는 격이다. 동맹신뢰가 바닥이고 주변 여건이 나아지지 않은 상태에서의 전작권 전환은 ‘동맹 사망’ 선고가 될 수 있다. 미국에게는 현 전작권 체제의 유지 여부가 죽고 사는 문제가 아니지만, 한국에게는 국가 운명이 걸린 문제다. 동맹이 끝장나면 경제부터 흔들리기 시작하여 주식시장이 붕괴하는 것은 몇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며, 한국의 안보는 망망대해에서 홀로 표류하는 신세가 될 수 있다.

 

4•15 총선이 남긴 국가적 과제들

 

진실로, 4•15 총선은 많은 국가적 과제를 남겼다. 승리한 집권여당이 경제, 사회, 교육 등 제 분야에서 사회주의적 정책들을 가속화시킨다면 대한민국은 어떻게 될 것인가? 그러지 않기를 바라지만, 사회주의 경제정책의 남발로 경제가 더 어려워 진다면 젊은이들에게 직장을 제공해온 기업들이 망하고 청년 아르바이트 자리가 ‘하늘의 별따기’가 될 수 있다. 물론, 사회주의자들에게 승리를 안겨준 젊은 진보들은 군말없이 그 고통을 짊어져야 한다. 그게 그들이 선택한 것이다. 안보약화와 동맹 이완이 계속된다면 나라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집권당이 불어난 의석을 이용하여 ‘낮은 단계 연방제 통일’을 염두에 둔 개헌을 시도한다면 큰 혼란이 야기되지 않을까? 선거를 앞두고 보이지 않았어야 할 구태들을 연출했던 야당이 건전한 견제세력으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을까? 그들에게 유비무환(有備無患)•필사즉생(必死卽生)•애민애국(愛民愛國)이라는 이순신 정신을 기대할 수 있을까? 총선을 통해 전멸하다시피 한 아스팔트 우파들의 미래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 이렇듯 총선이 남긴 과제들은 다양하다.

 

그럼에도 총선이 남긴 가장 막중한 3대 과제를 들라고 한다면 동서분열, 언론 그리고 안보 문제일 것이다. 이번 총선에서 다시 한번 극명하게 드러난 동서분열 문제는 대한민국이 한 나라인가를 의심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정상적인 나라라면 친기업 정책에는 전국의 모든 기업들이 찬성하는 것이 맞고, 친 노동 정책에는 전국의 모든 노동자들이 지지하는 것이 맞다. 그래서 정당간 정책대결이 펼쳐진다. 그러나, 특정 정치세력이 내놓은 정책에 대해 한 지역은 무조건 지지하고 다른 지역은 무조건 반대하는 나라라면, 그건 두 나라이지 한 나라가 아니다. 대한민국이 동서분열이라는 멍에를 언제까지 지고 살아야 할지는 모르겠으나, 정치인들은 막중한 책임감을 느껴야 마땅하다. 언론 문제도 심각하다. 언론 본연의 임무란 정부나 여야의 정책들이나 사건 사고들을 국민에게 알려서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고 건전한 찬반 논의가 일어나게 하는 것이다. 언론이 그런 중립적인 비판자의 역할을 포기하고 찬반 논의한 일방에 가담한다면, 언론이 당리당략의 입장에서 알릴 소식과 덮어야 할 소식들을 결정한다면, 또는 언론이 권력을 견제하는 역할을 포기하고 권력의 응원부대를 자처한다면, 그런 나라에서 자유민주주의는 꽃을 피우지 못한다. 그런 나라는 희망이 없는 나라다.

 

안보 문제도 그렇다. 우파의 영역 내에서도 진보적이기보다는 보수적인 입장에서 결정하고 펼쳐져야 하는 것이 안보정책이다. 하지만, 많은 진보 젊은이들은 안보 문제에 무신경하다. 안보를 걱정하는 노인들을 만나면 킥킥대는 젊은이들도 적지 않다. “대한민국은 아빠가 걱정하는 것처럼 그렇게 쉽게 망하지 않아요.” 몇 년 전에 40대에 들어선 큰 딸이 필자에게 대들면서 했던 말이다. 하지만, 안보는 한번 실패하면 재기할 기회가 없다. 경제정책의 실패는 곧바로 망국을 가져오지 않고 정책개선을 통해 회복할 수 있지만, 안보 실패는 단 한번으로 망국을 가져올 수 있기에 보수적 접근이 불가피하다. 그래서 안보에는 ‘안보 딜레마(secueiry dilemma)’라는 말이 있다. 화재보험, 암보험, 자동차 보험 등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듯 안보는 튼튼할수록 좋고 군대는 강할수록 좋은 것이다. 총선 이후의 안보를 걱정하는 것은 결코 ‘꼰대들의 공연한 잔소리’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