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나의 소설 같은 세상] [48] 우리의 어려움은 왜 당신의 어려움이 아닌가
조선일보 2020.02.26 김규나 작가
https://m.chosun.com/svc/article.html?sname=news&contid=2020022504293
김규나 소설가
―잘 들어라. 정부는 정당하게 간주되는 행동을 긴급하게 이행할 수밖에 없었음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우리는 병이 더 이상 전염되는 것을 막고자 한다. 감염된 사람들을 모두 한군데 모아놓고, 또 그들과 접촉한 사람들을 인접한 별도의 시설에 모아놓기로 결정했다. 규칙을 준수하기 바란다. 허가 없이 건물을 나가지 마라. 즉시 사살할 것이다. ―조제 사라마구 '눈먼 자들의 도시' 중에서.
우리 동네 편의점에는 마스크가 없다. 약국에서는 알코올이 품절이란다. 저녁거리를 사러 간 집 앞 수퍼마켓에서는 배달을 요청하는 전화벨 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평소 30분이면 현관 앞에 가져다주었는데 이제는 3시간 넘게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집 밖에 나오면 정말 위험한 건가? 마스크를 쓰고 장갑을 끼고도 불안해졌다.
중국인의 유입을 막지 않는 한 '문 열어두고 모기 잡는 격'이라는 비판에 대해 복지부 장관은 "겨울이라 모기 없다"는 이해할 수 없는 답변을 했다. 첫 희생자가 나온 날, 영화 '기생충' 관계자들과 짜파구리 파티를 열고 파안대소했던 청와대는 확진자가 600명이 넘고 다섯 번째 사망자가 나오고서야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위기 경보를 최고 단계로 올렸다. 중국인 입국을 차단하겠다는 발표는 여전히 없다. 대신 '규정에 얽매이지 않는 전례 없이 강력한 대응'을 지시했다.
1995년에 발행한 조제 사라마구의 소설 '눈먼 자들의 도시'에서는 갑자기 두 눈이 멀어버리는 전염병이 창궐한다. 원인도 치료법도 찾지 못한 정부는 감염자들과 접촉자들을 강제 격리한다. 눈먼 환자는 점점 많아지고 열악한 시설 속에 방치된 인간들 사이에서는 생존을 위한 약탈과 폭력과 살인이 난무한다. 악취 나는 쓰레기와 오물과 시체를 더듬어 지옥의 울타리를 넘어봐야 군인들이 쏜 총에 맞아 죽을 뿐이다.
일찌감치 문을 잠갔다면 국민은 안전했을 것이고 다른 나라에서 한국인 입국을 거부당하는 치욕도 겪지 않았을 것이다. 제 집 식구는 나 몰라라 남의 집 젓가락 짝까지 맞춰주는 오지랖 넓은 정부가 우리 국민을 어디로 데려가려는 것일까. 솔직히 우한 폐렴보다 더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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