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정보 큐레이션/국내외 사회변동外(2)

■■[연동형 비례대표제] 권력구조 개편을 통해 영구지배를 꿈꾸는 여의도 ‘맥베스 300’■■

배셰태 2018. 12. 20. 17:51

[김규나 칼럼] 권력구조 개편을 통해 영구지배를 꿈꾸는 여의도 ‘맥베스 300’

펜앤드마이크 2018.12.20 김규나 작가

http://www.pennmike.com/news/articleView.html?idxno=13556

 

셰익스피어 원작 영화 맥베스, 2015

진실과 명예, 존경심과 긍지를 상실한 시대, 권력 욕망의 끝은 어디인가.

순결한 꽃처럼 보이려 하지만, 정체를 드러내고야 마는 그 밑에 숨은 뱀들처럼

모든 밤과 모든 낮을 지배하려는 저들의 꿈을 깨울 이, 누구인가!

 

<중략>

 

세상에는 두 종류의 인간이 있다. 권력의 단맛을 아는 자와 모르는 자. 보통 사람은 상상조차 할 수 없지만 셰익스피어의 문장을 빌려 상상하건대 아마도 권력이란, 사랑스러운 자식의 머리통을 박살내서라도 얻고 싶을 만큼 대단한 가치가 있는 모양이다. 하물며 다른 이의 머리통이라면!

 

<중략>

 

탄핵에 찬성하고 권력에 협조, 방관하던 사람들이, 경제, 외교, 안보가 빠르게 붕괴되고 있는데도 잘 한다 잘 한다 박수만 치던 사람들이 내 편 네 편 구분 없이 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여야 국회의원들이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 관련 법안을 처리하자는 선거제 개혁안에 재빠르게 합의한 것이다. 권력구조 개편의 기초가 될 합의의 목적이 이원집정제 또는 내각제 전환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이는 강력한 중앙집권제인 대통령제를 폐기하고 권력을 분산한다는 미명 하에 국회의원들이 저마다 최고 권력자가 되는 것을 뜻한다. 의원 수가 지금보다 수십 명 증가할 것으로도 예상된다.

 

<중략>

 

그렇게 볼 때, 탄핵에 대한 사과나 반성도 없이 미래를 위해 과거를 묻고 가자는 말의 속뜻이 어렴풋이 짐작된다. 아무런 불법 사실도 드러난 것 없이 탄핵된 채 지난 2년 가까이 수감되어 있는 대통령에게 정치적 책임을 운운하던 사람들이 불구속 수사를 해야 한다며 무의미한 립 서비스를 했던 이유조차 헤아려진다. 탄핵을 열렬히 찬성했던 입으로 반문연대를 외치며 보수의 전사로 탈바꿈하던 과정도 비로소 아귀가 들어맞는다.

 

원내 대표 경선 전에는 "한평생 감옥에 있을 정도로 잘못을 했느냐?"고 묻던 입술로 “과거로 가선 안 된다, 그에 대한 석방결의안은 과거에 발목을 잡히는 일'이라고 말을 바꾸며 당선되자마자 신속히 본래의 자리로 돌아가는 모습 또한 정치인의 본질을 생각할 때 수긍이 되지 않는 것도 아니다. 유권자에게 과시할 명분이 필요할 때마다 뱀의 혓바닥을 내두르는 것은 기본, 지배 권력을 위해서라면 좌우 구별 없이 애초에 하나, 진작에 마음이 딱딱 맞는 일심동체였음을 그들 스스로 증명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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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 권력자 앞에는 두 개의 갈림길이 있다. 통치와 지배가 그것이다. 튼튼한 국력과 부강한 경제를 기반으로 국민들이 전쟁 걱정 없이, 세계 선진국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자유롭고 풍요로운 나라에서 살도록 하겠다는 야무진 통치의 꿈은 정치인의 가슴에서 언제나 외줄 위를 걷는다. 매 순간 자신을 수양하지 못하고 욕망을 조절하지 못하면 제어 불가능한 군림과 지배의 세계로 달려가기 십상이다. 타인과 세상을 고통에 빠뜨리며 자기 자신까지 파멸로 몰아가는 것이 제어되지 못하는 권력 욕망의 종착역이기 때문이다.

 

성숙하지 못한 우리나라 정치 풍토에서 여의도 국회의원 300명이 개헌을 통해 이루려는 꿈은 무엇일까. 통치를 위해서인가, 지배를 위해서인가. 그들은 현재 그 누구보다 강한 힘을 갖고 있지만, 어찌 보면 약하디 약한 사람들로 이루어진 집단인지도 모르겠다. 단독자로서는 최고 권력자가 될 자신이 없는 사람들, 그래서 함께 왕이 되자고 손에 손 잡은 300명의 맥베스.

 

단 하나의 최고 권력도 용인하지 못해서 법을 이용하여 불법 탄핵을 자행, 조장, 묵인했던 사람들이 자신을 제외한 299명의 최고 권력자들을 너그럽게 두고 볼 수 있을까. 장차 300명의 맥베스가 일으킬 혼란이 지금보다 300배 더 커지고 더 많아지리라 상상한다면 너무 지나친 억측일까. 더구나 비례 연동제를 통해 의원들의 수가 수십 명 더해진다면, 400명 가까이 되는 최고 권력자들. 그들 모두가 최고 중의 최고가 되고 싶은 더 큰 욕망을 과연 얌전히 잠재울 수 있을까.

 

<중략>

 

여의도 맥베스 300인도 어쩌면 세간에 떠도는 세 가지 예언을 들었을지 모르겠다. “미중전쟁에서 중국이 지지 않는 한, 그들이 조리 돌림해서 내쫓은 여인이 돌아오지 않는 한, 그들의 권력은 영원하리라.” 아마도 그들은 맥베스처럼 불안에 떨면서도 자신들의 권력이 무너지는 일 없으리라, 믿고 싶은 것 같다. 무엇보다 그들이 자신하는 예언은 세 번째다. 그렇기 때문에 숲을 움직인 맥더프의 군사들처럼 당신과 내가, 우리가 함께 실현시켜 저들의 철석같은 확신을 무너뜨려야 할 것도 바로 이 세 번째 예언이다.

 

“국민이 한 사람, 한 사람 개인으로 깨어나지 않는 한, 그들의 지배는 영원하리라.”

 

깨어나라, 개인이여! 일어나라,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이여!

TMTU. Trust Me. Trust You.

 

*'TMTU. Trust Me. Trust You'는 김규나 작가가 ‘개인의 각성’을 위해 TMTU문화운동을 전개하며 ‘개인이여, 깨어나라!’는 의미를 담아 외치는 캐치프레이즈입니다.

 

* 김규나 객원 칼럼니스트(소설가, 소설 <트러스트미>, 산문집 <대한민국의 시계는 거꾸로 간다>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