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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VNO로 통신시장, 경쟁구도가 바뀐다

배셰태 2011. 1. 3. 11:57

[2011 핫이슈]<2>통신시장, 경쟁구도가 바뀐다

전자신문 2011.01.02 (일)

 

국내 이동통신시장은 ‘5 대 3 대 2’의 비율에 따라 ‘SK텔레콤-KT-LG유플러스’ 순으로 고착화돼 있다. 지난 10여년간 이 순서는 변함없었다. 그만큼 국민들은 틀에 박힌 서비스와 판박이식 요금제, 천편일률적 마케팅에 지쳐 있다.

 

부당요금 청구는 물론이고 약정 불이행, 해지처리 미흡 등 기존 통신 3사가 소비자를 대하는 태도는 별반 다르지 않다. 시장조사기관인 엠브레인이 최근 전국의 청소년 및 성인 남녀 1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 국민 10명 중 4명 이상은 현재 국내 이동통신 서비스의 요금과 품질, 이용형태 측면에서 변화가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이에 대한 카드로 정부가 내놓은 것이 ‘제4 이동통신사 신설’과 ‘이동통신재판매(MVNO) 시행’이다.

 

이를 통해 대통령 공약사항인 가계통신비를 획기적으로 절감시키고 중소·대기업 간 상생을 유도하겠다는 게 청와대의 의지다. 하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이미 휴대폰 보급률 100%의 포화된 시장에 고착화된 사업자 구도 하에서 이들 신생업체가 비집고 들어설 자리는 넓지 않아 뵌다. 기존 사업자 역시 이들 업체의 시장 진입을 선선히 놔둘 리 없다. 그렇다고 주무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가 기존 사업자와의 수 십년 밀월 관계를 끊고 제4 이통이나 MVNO에 시혜를 베풀길 기대하는 것 역시 순진하다. 결국 실력으로 딛고 일어서야 한다. 서비스로 사랑받아야 한다. 이권과 로비로 점철돼온 대한민국 통신시장의 경쟁구도를 바꾸는 방법은 이 길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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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VNO의 도전

 

=이동통신재판매(MVNO:Mobile Virtual Network Operator)란 통신망(주파수)을 보유하지 않은 사업자가 기존 이동통신사업자(SK텔레콤 등)로부터 망 설비를 빌려서 쓰는 이동전화(휴대폰) 사업을 말한다.

 

그래서 ‘집주인’인 기존 이통사의 협조와 도움이 관건이다. ‘세입자’인 MVNO가 집주인의 눈치를 봐가며 사업을 해야만 하는 구조적 맹점 때문이다. 그런데도 이명박 정부는 제4 이통사 설립과 함께 ‘MVNO 시행’을 정권 차원에서 밀어붙이고 있다. 친서민 정책(가계 통신비 절감)과 상생 협력의 성공모델로 키우고 싶은 바람에서다.

 

실제로 기존 이통사의 기본료는 1만2000원 수준. 하지만 MVNO는 기본료 5000원에 서비스 제공이 가능하다. 또 최대한의 통신망 설비투자를 유도, 관련 산업을 활성화할 수 있다. 10여개의 MVNO만 등장할 수 있다면 약 3000억원의 투자와 3000명 이상의 신규 고용을 창출할 수 있다. MVNO 도입으로 연간 총 8160억원의 가계 통신비 절감이 기대된다. 이는 4인 가족 기준으로 연간 가구당 통신비 38만원 이상의 인하 효과라는 게 관련 업계의 분석이다.

 

그렇다고 기존 이통사가 경영에 엄청난 타격을 받는다면 진정한 ‘서로 살기(상생)’는 못된다. 하지만 이 점은 크게 우려할 사항이 못된다는 게 MVNO 예비사업자 측의 설명이다.국내 MVNO 잠재시장은 전체 이동전화 가입자의 약 17%. 그러나 실제로 MVNO를 이용하는 고객은 잠재시장의 절반인 8.5%(425만명) 수준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기존 이통 3사의 매출 감소는 약 9500억원으로 사업자당 약 2000억~4000억원에 불과해 10조원이 넘는 이들 사업자의 매출 수준과 비교해 크다고 볼 수 없다는 논리다.

 

기존 이통사업자(MNO)들도 이에 동의한다. 그까짓 게 돈벌이가 되겠냐는 비아냥도 있다. 그러면서도 이들 사업자 역시 뒤로는 MVNO 비즈니스를 새해 신사업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추진 중인 이중성을 보이고 있다.심지어 MVNO 의무사업자(SK텔레콤)가 아닌 비의무 기간통신사업자인 KT와 LG유플러스도 새해부터 MVNO 사업에 가세한다.

 

KT는 2G·3G에 개별 부과하던 이동통신재판매(MVNO) 과금 방식을 통합하고 MVNO 사업자를 대상으로 구매량·시간대별 할인제도를 만들기로 했다. LG유플러스는 주요 분야별 5개의 MVNO 파트너를 선정, 사업에 나선다. 이른바 ‘MVNE(Mobile Virtual Netwok Enabler)’라는 플랫폼을 만들어 MVNO사업자를 지원한다.

 

KT와 LG유플러스의 행보는 해당 고시안 시행과 제4 이동통신사 설립 등을 계기로 MVNO 시장이 새해부터 본격 형성될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특히 통신사가 미처 발굴하지 못한 시장을 MVNO 사업자가 개척, 매출과 영업전선을 확대해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KT는 SK텔레콤 등 경쟁업체와 차별화되는 도매대가는 물론이고 기존 다량구매 할인에 시간대별 할인제도까지 만들어 MVNO 파트너사의 초기 시장 진입을 돕겠다는 전략이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정부의 보호막 아래서 비교적 손쉽게 성장해 온 대기업 이통사가 다소의 기득권을 양보, 중소기업과 상생 협력하려는 의지가 없다면 MVNO는 생존 불가”라며 “특히 MVNO는 통신망 접속과 단말기 개발 및 연동시험 등에서 기존 이통사의 협조가 절대적이기 때문에 중소기업을 대하는 대기업의 상생 마인드가 필수”라고 말했다.

 

◇통신시장 경쟁활성화의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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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VNO 역시 마찬가지다. MVNO 정착에 가장 중요한 요소는 망이용대가(도매대가)다. 하지만 현행법(전기통신사업법)은 이를 ‘소매요금할인방식’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 방식으로 산정된 할인율 44%의 도매대가로는 설비를 투자하는 ‘완전 MVNO’의 탄생을 기대하기란 요원하다.설비투자를 많이 하는 완전 MVNO에게는 도매대가를 ‘원가방식’으로 산정토록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은 그래서 나온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법을 개정하는 것이 어렵다. 그래서 차선책으로라도 다량구매할인율(볼륨 디스카운트)을 적용, 도매대가 할인율이 최소 55% 이상이 되도록 하는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게 관련 업계의 요구다.

 

현재 SK텔레콤은 당초 2010년 말까지 마무리짓기로 했던 도매제공 약관 개정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방통위도 볼륨 DC 할인율 등을 골자로 한 ‘가이드라인’ 전담반이 킥오프돼 있는 상태지만 종편 선정 등에 밀려 언제 제정될지 기약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