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 칼럼 2010.11.25 (목)
스마트폰, 스마트TV, 스마트뱅킹, 스마트워크….
‘스마트(smart)’ 돌풍이 거세다. 애플이 2007년 스마트폰(아이폰)을 발표한 지 3년 만에 스마트가 모바일 시대를 이끌어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급속히 보급되고 있는 스마트폰을 필두로 한 ‘스마트 세상’이 기존 일과 삶의 방식에 혁명을 일으키고 있다.
시간과 공간에 제약을 받았던 직장인에게 출근은 이제 더 이상 숙명이 아니다. 인터넷과 스마트폰 덕분에 언제 어디서나 일을 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실제 삼성, KT, SK, 포스코, 서울지하철공사 등 국내 기업들은 스마트폰을 이용해 시간과 장소에 상관없이 바로바로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모바일 오피스’를 도입하기 시작했다.
정부도 나섰다. 사무실 대신 집 가까운 곳에 마련된 별도의 사무실에서 업무를 보는 새로운 개념의 근무 형태를 시작했다. 지난 3일 서울 도봉구청과 경기도 성남시 분당 KT분당지사에 ‘스마트워크 센터’를 열고 방송통신위원회 등 중앙부처와 경기도 등 지방자치단체 공무원 512명을 상대로 시범 운영에 돌입한 것이다. 지난 22일에는 대법원도 서울 서초동 법원종합청사에 스마트워크 센터를 열고 대전에 있는 특허법원 판사들을 대상으로 시범운영을 하면서 가세했다.
앞으로 스마트워크는 더욱 확대될 것이 명백하다. 정부는 2015년까지 공무원의 30%, 전체 노동인구의 30%가 스마트워킹을 하도록 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내닫고 있다. 큰 아파트 단지마다 스마트워킹센터를 설치하도록 하고 공무원의 근태 관리, 인사 제도, 조직 체계도 스마트워킹에 맞게 바꾼다는 계획이다.
스마트워크가 업무의 효율성을 높일 뿐 아니라 출퇴근시간 교통 정체, 일과 가정의 틈바구니에 끼어 괴로운 워킹맘, 에너지 위기 등의 문제에 해결책이 될 거라는 점에서도 기대가 크다. 사무공간을 절약할 수 있고 이동에 따른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어 저탄소 녹색성장에도 도움이 된다. 일과 가정의 양립이 용이해져 여성들의 출산기피 현상을 완화시킴으로써 저출산 문제 해결에도 기여할 수 있고, 고령자와 장애인 등 소외계층의 취업에도 한층 유리한 환경을 제공하게 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재택근무에 비해 근태 관리나 사무 네트워크 보안에 유리하다. 직원들은 재택근무에서 느낄 수 있는 고립감을 덜 수 있다.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격이다.물론 휴가 중에도 업무를 챙겨야 하는 등 일과 휴식의 경계가 흐려지는 바람에 쉬어도 쉬는 것 같지 않다는 불만도 나올 수 있다.
그렇다고 스마트워크로 가야 한다는 당위성에 이의를 제기할 만한 이유는 되지 못할 듯하다. 이미 일본은 올해 취업자의 20%가 스마트워크 형태로 일을 하도록 한다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미국은 2008년에 이미 재택근무자가 15%를 넘어섰다. 2016년 25% 이상을 목표로 하고 있다. 노동인력 30%가량이 스마트워크를 하게 되면 직장인의 삶의 질에 커다란 변화가 올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국내 스마트워크 도입 실태는 아직 초라하기 그지없다. 현재 국내 전체 사업체의 원격근무 도입률은 0.7%에 불과하다. 법·제도의 미비, 조직의 대면 문화, 산업화 시대의 근무 방식 등이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세상이 스마트하게 진화하고 있지만 여전히 구태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스마트하지 못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노동의 효율성과 국민의 삶의 질 개선이라는 스마트워크 도입의 궁극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해결돼야 할 사안이 있다. 스마트워크 종사자들의 인사 및 성과평가에 대한 불안과 노동투입에 대한 도덕적 해이가 동시에 해소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공정하고 투명한 인사 및 성과평가 제도 수립이 매우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성과나 실적보다는 ‘눈도장’과 ‘관계’를 중요하게 여기는 기업 문화가 유지되는 한 스마트워크 시대는 요원해 질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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