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정보 큐레이션/국내외 사회변동外(2)

▲[선제북폭/예방전쟁/평양붕괴] 비통과 무력감을 뚫고 솟아 오르는 '흰 길'

배셰태 2017. 10. 30. 21:57

※비통과 무력감을 뚫고 솟아 오르는 '흰 길'

 

김지하 선배는 감옥에서 돌았다. 옆으로도 비워지고, 위 아래로도 비워진 절대 고독의 독방 생활을 오래 하면서, 그의 정신은 붕괴됐다. 환각과 환청이 심하게 찾아왔다. 이미 감옥에 오기 전에도, 검은 악마 하나는 두 팔을 잡고 다른 하나는 두 다리를 잡고 위 아래로 당겨 몸통을 뜯어 나누는 환각에 시달리곤 하던 사람이었다.

 

내 생각에 김지하 선배 인격 중 가장 빛나는 부분은, 그의 시도, 그가 살려낸 판소리도, 그가 부활시킨 전통 리듬도 아니다. 그것은 바로 [도는 방식]이다. 세상에! 환청, 환각으로 도는 것 (이른바 '실성한다'라고 한다)이 그런 케이스인 경우는 듣도 보도 못 했다. 그는 꽃비가 내리는 환각을 봤다. 그리고 귀에는 '생명! 생명! 생명!~~'으로 이어지는 환청을 들었다. 감옥 속에서...

 

내가 그런 상황에서 돌았다면 세상이 폐허가 되고 피바다가 되는 광경을 환각으로 봤을 게다. 비명, 혹은 공포에서 터져나오는 단말마의 합창을 환청으로 들었을 게다. 그러나 김지하 선배의 경우엔, 그 비참하고 엄혹한 환경에서 본 환각이 꽃비이고, 들은 환청이 '생명'이었다. 이는 본바탕이 정말, 정말 선량한 사람이란 뜻이다. 착란 속에 일어나는 환각과 환청마저도 그의 선량함을 꺽지 못 했다는 뜻이다.

 

그러니 그의 미학의 종결점이 "원한을 넘어서는 과정"(시김)인 것은 당연하다. 삶을 오롯이 보듬는 자세(모심)에서 출발해서, 일체의 원망*절망*원한을 넘어서는 과정(시김)에 들어선다... 그것이 그의 인생 자체가 써내려가는 철학이다.

 

시김에 들어섰을 때, 그의 눈에 '희게 빛나는 작은 오솔길'이 지평선 끝까지 벋어 있음이 보였다. 그는 이를 '하얀 길'이라 부른다... 이 역시 일종의 환각이다.

 

시인 김지하 선배는, 자신의 환각과 환청을 화두로 삼아, 삶의 비밀을 더듬었다.

 

요즘 우리는 비통하다. 절망을 느낀다. 너무나 큰 허위와 불의가 지배하는 세상임에도, 일상은 천연덕스럽게 흘러간다. 절대 다수의 사람들이 이 허위 혹은 불의에 대해 무감각하다. 선제북폭/예방전쟁이 코 앞에 닥쳤음에도 권력가진자, 상류층, 언론인들은 이를 철저하게 무시한 채 하루 하루 자신의 입지와 영향력과 권력과 이익만을 좇는다. 인간, 그 자체에 대한 환멸과 절망이 엄습하는 나날이다.

 

이 비통, 절망, 환멸을 삭여야 한다. 이를 딛고, [삶에 대한 총체적 긍정]에 도달해야 한다. 그래서 마침내 이런 소리가 입에서 절로 나올 수 있어야 한다.

 

"이게 인생이야? 인생이 이런 거였어? 좋아! 아주 좋아! 계속 고(go)! 끝나면 한번 더!"

 

무엇이 우리로 하여금 이 비통, 절망, 환멸을 삭이도록 만들어 줄까? 무엇이 우리로 하여금 [삶에 대한 총체적 긍정]에 도달하도록 만들어 줄까?

 

이 뒤집기는 두 가지에 의존한다. 하나는 관점. 다른 하나는 용기다.

 

첫째, 관점을 바꿔야 한다. '평양붕괴'에 대한 믿음을 가져야 한다. 평양이 붕괴하는 판에, 이 거짓, 이 위선, 이 허위, 이 불의가 영원토록 이어질 수 없다. 평양붕괴 이후엔, 자유시민의 각성이 엄청 빠르고 깊고 강해질 게다. 좀 과격하게 표현하면 이렇다.

 

"평양이 붕괴하는 판에, 간첩이 권력을 잡더라도 별 수 있어? 상류층이 몽땅 썩었다고 해도 별 수 있어? 결국 모든 것이 바뀌기 시작할 거야. 자유시민의 각성이 진행하기 때문이지.."

 

둘째, 용기를 내야 한다. 삶을, [내가 선택한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전쟁 내지 투쟁]으로 봐야 한다. 우리가 무지하게 타프한 유인원이라는 점을 믿어야 한다. 이 전쟁/투쟁과, 일상의 요구, 혹은 '가족에 대한 의무'를 병행시킬 수 있도록 필사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왜? 우리는 타고난 싸움꾼이기 때문이다. 싸움꾼으로부터 싸움을 제거하면, 아무것도 남지 않기 때문이다.

 

엊그제 어느 페친이 내게 '뱅모의 목표는 무엇인가?'라고 물었다. 나의 목표는, [내가 선택한 가치를 위한 전쟁/투쟁]이다. 내게는 그것이 [가장 큰 의미를 가진 일]이다.

 

누구나 핏줄 속에 전사(싸움꾼, 군인)와 성직자(가치/믿음 추구자)의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 이 유전자를 일깨우되, 일상*생활과 통합시켜야 한다.

 

일상 생활을 튼실하게 살아갈 줄 아는 군인*성직자... 이것이 바로 자유공화 시민이 꿈꾸는 인간형 아닌가? 이것이 바로 우리 눈에 보이는 '하얀 길' 아닌가?

 

출처: 박성현(뱅모) 페이스북 2017.10.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