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정보 큐레이션/국내외 사회변동外(2)

■■EMP(전자파)란 과연 무엇인가? 북한은 과연 EMP 공격을 할 것인가?■■

배세태 2017. 9. 29. 21:18

북한의 핵무기 개발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EMP라는 이름의 새로운 위협에 관한 논란이 확대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다수의 사람들은 EMP의 실체에 대한 지식이 없다. 다음은 AP 통신의 데이빗 햄블링(David Hambling) 기자가 2017년9월28일 AP에 올린 EMP에 관한 해설 기사다. 독자들과 공유한다. 참고하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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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MP란 과연 무엇인가? 북한은 과연 EMP 공격을 할 것인가?

 

지금 미국과 북한 간에 전개되고 있는 대결의 와중에서 수많은 위협들이 TV 영상과 트위트를 통하여 등장하고 있다. 미국은 연달아 F-35 전투기와 B-1 폭격기를 한반도 주변 상공으로 날려 보내고 있고 북한은 끊임없이 미사일을 일본 상공 너머로 날려 보내면서 미공군기들의 격추를 다짐하고 있다. 만얀 북한이 실제로 미국을 공격한다면 그 양상은 어떠한 것이 될 것인가? 아마도 실제 양상은 지금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과는 같지 않을 것 같다. 실제 상황에서 북한은 전통적으로 알려진 핵 공격보다는 EMP(Electro Magnetic Pulse·전자파) 공격이라는 다른 방식을 동원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 3월 미국 CIA의 전 국장 한 사람이 그 가능성을 시사했던 것처럼 미국민의 90%가 EMP 공격으로 생명을 잃게 될 것이라는 허무맹랑한 소문이 돈 일이 있었다. 사실은 그 같은 일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북한은 최근 북한이 실험한 핵폭탄이 “고고도에서 폭발되어서 초강력한 EMP 공격을 가할 수 있는 엄청난 폭발력을 갖는 다목적 열핵무기였다”고 주장했었던 것이 사실이다. 공갈이건 아니건 간에 이 같은 주장은 허투루 들어 넘길 일이 아니다.

 

핵무기에 의한 파괴행위는 세 가지로 이루어진다: 폭풍과 고열 그리고 방사선 오염이다. 지상에서의 폭발의 경우 방사선은 대부분 대기 중으로 흡수되기 때문에 폭풍과 고열만이 걱정거리이다. 그러나 폭발이 공중에서 일어날 때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이 경우에는 15∼20마일 상공에서 고열량 감마 광선(Gamma Ray)이 공기 중의 입자와 충돌을 일으키는 과정에서 지구의 자장(磁場)을 통과하여 떨어지면서 E1이라고 알려진 자력파(磁力波)를 발생시키는 전자 폭포 현상을 발생시킨다.

 

이 전자 폭포의 밀도는 폭탄의 종류와 크기 및 폭발 고도와 폭에 따라 달라진다. 폭탄들의 경우 통상 폭발력의 0.1 내지 0.5%가 감마 광선으로 변환되지만 폭탄의 설계 사양에 따라서는 이 감마 광선의 양은 증가할 수 있다. 북한이 이 감마 광선의 양을 증가시키는 기술을 확보했는지 분명치 않지만 만약 메가톤(100만톤) 급의 폭발력일 때는 거기서 나오는 감마 광선의 양이 폭발력의 0.1%만 해도 보통 일이 아니다.

 

EMP가 북한 같이 고립된 정권의 입맛을 당기게 하는 이유는 EMP의 경우 정확도에 대한 요구가 상대적으로 크지 않기 때문이다. EMP는 2개의 다른 종류의 파동을 발생시킨다. E2라고 일커는 하나의 파동은 고단위 전자(電子)로부터 발생하는 EMP이고 보다 느린 속도의 E3는 핵폭탄의 불길이 지구의 자력장으로 밀고 들어오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100kt의 폭탄의 경우 시야(視野) 안의 모든 물체는 폭발로부터의 영향을 면할 수 없다. 즉 700 마일 반경 이내에서는 60 마일 풍속의 폭풍이 불게 된다. 이 폭풍으로부터 영향을 받지 않는 부분은 폭발 원점 수직 하방(下方) 주변의 적은 공간인데 이 공간에서는 지구의 자력장이 일종의 ‘태풍의 눈’을 형성하게 된다. 북한의 ICBM이 하나의 도시를 적중시킬 수 있을 정도의 정확성을 지닌 유도장치를 완비하지 못했더라도 거기서 발생하는 EMP는 그 주변의 넓은 지역을 카버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공중에서 폭발하는 핵 폭풍이 지상에 파급시키는 효과는 어느 정도가 될 것인가? 파장이 짧은 E1은 전선(電線)으로 강력하고 일시적인 전류(電流)를 흘려보낸다. 전선이 길수록 전선으로 흐르는 전류의 압력은 커진다. 이 결과 스마트폰과 노트북과 같은 소형 기기(器機)들은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있지만 전압이 10,000 볼트 또는 그 이상으로 상승하는 장거리 전선의 경우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이 같은 높은 전압을 전선 자체는 견딜 수 있다. 그러나, 미국의 오크릿지(Oak Ridge) 국립연구소에서 2010년에 발표한 보고서에 의하면 이 같은 높은 전압은 낮은 전압의 기기들과 계전기(繼電器) 및 전자 제어장치들에 손상을 가하게 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들 전선들은 수 볼트 정도의 전압만을 견딜 수 있게 된 것이기 때문에 여기에 EMP가 흐르면 컴퓨터는 물론 안전용 계전기기 같은 통신 기기들을 망가뜨리게 된다.

 

E2 파는 번개와 같은 것이고 대부분의 전자 기기들은 번개에 대한 예방 장치가 완비되어 있기 때문에 이로 인한 피해는 거의 없다. 그런데, 파장이 보다 긴 E3 파는 장거리 전선이 통과하고 있는 변압기를 태워버릴 만큼 강력하게 때문에 이로 인한 위험이 심각하다.

 

EMP에도 불구하고 변압기들은 안전할 수 있지만 E1과 E3 파는 전기의 흐름을 단절시켜서 단전(斷電) 상태를 초래할 수 있다. 이 같은 상황이 초래할 결과는 오직 추측의 대상일 뿐이다. 극단적인 경우에는 미국 전역이 19세기 말로 돌아가서 심지어 사람들이 굶어 죽는 상황이 올 수도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상황이 그만큼 심각하지는 않을 수도 있다.

 

EMP 공격을 저지시키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고고도에서 터지는 원자탄에서 발생하는 EMP를 차단하는 것은 저고도에서의 경우보다 더 어렵다. 미국이 보유하고 있는 지상발사 중거리 방어 미사일(GBMD)은 우주까지 도달하는 것이 가능하지만 THAAD(고고도방어미사일)나 Aegis 같은 단거리 방어 미사일들이 적군의 ICBM을 고고도에서 저지하는 것은 용이한 일이 아니다.

 

EMP 공격에 대한 전자 방어망을 강화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 아니고 나라에 따라서는 그 같은 방어망 구축을 검토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적절한 EMP 방어체제를 건설하는 것은 수십억 달러의 비용과 수년의 시간이 요구되는 쉽지 않은 일이다. 이 때문에, 어쩌면 사람들은 EMP 공격으로 한 번 크게 혼이 나 본 뒤라야 이에 대한 방어 수단을 마련하는 데 진지한 노력을 기울이게 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외부로부터의 핵 공격에 대한 미국의 전통적인 대책은, 공격을 받고 나서 응징하는, 방어적인 것이었다. 북한을 핵으로 공격하는 것은 미국의 우방인 남한에 대한 피해를 각오하지 않는 한 어려운 일이고 또 대북 핵 공격의 결과도 예단하기 어렵다. 북한은 이미 세계적으로 가장 열악한 전력 사정을 안고 있는 나라이다. 북한의 발전량은, 최대한의 경우에도, 남한의 1/10에도 미치지 못한다. 단전은 예사이고 많은 가정들은 중국으로부터 밀수입하는 배터리나 태양광 발전기를 사용하여 그들이 가지고 있는 전기 기기들을 가동시킬 수 있다.

 

만약 김정은이 물질적 피해는 주지만 인명 피해까지는 이르지 않는 정도의 경고성 핵무기 공격을 가했을 때 미국은 어떻게 이에 대응할 것인가? 물론, 어느 누구도 파괴의 연쇄반응을 일으킬 선제공격을 가하려 하지는 않을 것이지만 상대방의 인명 피해는 회피하면서도 전력 공급을 차단할 정도의 공격을 가하는 것은 고려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어떤 이들은 북한의 다음 수순은 대규모 사이버 공격을 감행하는 것이 아닐까 의심하고 있다. 그러나, 그보다도, 만약 북한이 실제로 핵 공격 능력을 구비했다면, 핵 폭발을 이용한 EMP 공격으로 그 같은 능력을 과시하면서 상대방에게 수십억 달러 상당의 물질적 피해를 강요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아무래도 미국은 북한의 대규모의 사이버 공격보다는 EMP 공격 가능성을 더 현실적으로 우려해야 하는 것은 아닌가 싶다.

 

출처: 이동복(전 국회의원) 페이스북 2017.09.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