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출범과 '진보-좌파'의 과제
프레시안 2017.05.24 고민택 진보평론 편집위원
http://www.pressian.com/news/article.html?no=159124&ref=nav_search
[진보논평] 민주노총 6.30총파업에 부쳐
19대 대선 결과
지난 1987년 민주화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정치 지형 또는 선거 구도는 줄곧 이른바 민주 대 반민주 구도를 중심으로 형성됐다. 그런데 이는 다른 한편에서 한국 사회의 현실을 왜곡, 은폐시키는 작용을 해왔다. 특히 김대중-노무현 자유주의 정권 아래에서 신자유주의가 전면화 된 1997년 이후로는 더욱 그러했다. 자유주의 정권이 일부 민주적 조치를 시도한 것은 맞지만 그들 정권이 내세운 개혁이란 다름 아닌 신자유주의적 개혁으로서 한국사회의 힘 관계가 자본(시장) 위주로 완전히 기울어지는 결과를 불러왔다. 이로써 민주 대 반민주 구도는 그 정치적 효력을 사실상 상실했다. 반대로 말하면 한국 사회가 완연한 부르주아민주주의 사회로 진입한 것이다. 이명박-박근혜 보수정권이 노골적인 친자본 정권으로 나선 것도 그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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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19대 대선 결과가 한국사회, 한국정치에 가져온 가장 중대한 변화는 기존 민주 대 반민주 구도가 더는 작동하기 어려워졌다는 점에 있다. 즉 정상적인 부르주아민주주의 자체가 쟁점이 되고, 투쟁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런데 이점은 한국의 보수세력에 의해 먼저 시도됐다. 지난 이명박 정권 등장 이후 한국의 보수 세력은 한국사회 정치지형을 보수 대 진보 또는 우파 대 좌파의 대결구도로 표현하기 시작했으며 자유주의 세력도 이를 따랐다. 다만 자유주의 세력은 보수를, 특히 선거 시기에, 반민주 세력으로 묶어두고자 했다. 이게 가능할 수 있었던 것은 두 가지 때문인데, 하나는 한국의 보수세력이 여전히 반(비)민주적 행태를 보였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자유주의 세력 자신이 보수세력 못지않게 반(비)노동적 행위와 정책을 펴는 것을 왜곡, 은폐시키려 한 때문이다. 그리고 모든 언론은 이런 실상을 덮기 위한 '한국형'(?) 정치적 레토릭으로 각 정치세력 앞에 '친(親)'자를 붙이기 시작했다. 이른바 '친노, 친이, 친박, 친문' 등이 그것이다. 이를 통해 먼저 '진보(세력)=민주(세력)', '보수(세력)=반민주(세력)'이라는 등식을 약화시키고, 나아가 노동자민중의 아래로부터의 투쟁이 부르주아민주주의 자체를 향하는 것을 차단하는 효과를 거뒀다.
이런 역사적 맥락에서 볼 때 자유주의 세력이 주도한 민주 대 반민주 구도는 두 측면에서 한국의 민주(주의)가 오히려 후퇴하는 결과를 낳았다. 한 측면은, 자유주의 세력은 부르주아민주주의 아래에서나마 충분히 가능한 조치마저 취하지 않고 단지 보수세력에 대한 반사이익을 누리는 선에서 머물렀다는 점이다. 또 한 측면은, 이점이 더욱 중요한데 부르주아민주주의 아래에서 민주(주의)를 실질적으로 진전, 향상시킬 수 있는 노동자 계급의 요구와 투쟁을 민주 대 반민주 구도 아래 묶어두는 효과를 낳았다는 점이다. 즉 한국사회 정치지형 또는 계급역관계가 노동 대 자본의 대립구도로 형성되는 것을 차단했다. 부르주아민주주의 아래에서의 민주(주의)의 진전과 향상은 오직 노동 대 자본의 힘 관계의 변화를 통해서만 가능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는 매우 치명적이다.
2016년 총선에서 이미 한국의 정치지형에 일부 변화가 발생했다. 즉 기존 민주 대 반민주 구도의 토대가 되었던 거대 양당 구조에 균열이 생긴 것이다. 만약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이은 거대한 촛불집회가 없었다면 이번 19대 대선에서 다시 그 같은 양당 구조가 부활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촛불집회로 인해 양당 구조는 더욱 약화되고, 기존 민주 대 반민주 구도를 넘어 설 수 있는 정치적 효과가 발생했다. 무엇보다 10년 만에 '진보정당'이 대선에서 다시 독자완주를 했다. 단지 형식만 부활한 것이 아니다. 그 이전 민주노동당 시기의 경우 독자출마는 사실 전체 정세와는 무관한 자체 행사 수준의 것이었다. 그나마 이명박-박근혜 정권 아래에서 '진보정당(정치)'는 존재감이 계속해서 후퇴했다. 자유주의 세력의 2중대에 머물렀던 게 사실이다. 이제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일말의 가능성이 다시 찾아왔다. 물론 이번에도 대세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정도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분명 자체 행사 차원은 넘어 선 것이었다.
두 가지 과제
이제 '진보-좌파' 세력에게는 두 가지 과제가 놓여 있다.
첫째, 미완의 촛불집회 또는 아직도 진행 중에 있는 촛불집회가 제기한 과제를 끝까지 부여잡고 계속해서 이를 확장, 확산시켜야 하는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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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그러기 위해서는 정당 정치, 공식 정치 차원에서 정치적 독자성과 독립성을, 단지 형식에서만이 아니라, 실질(내용)적인 측면에서 더욱 강화해 나가야 하는 과제가 있다. '진보정당' 안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는 '공동정부' 문제는 그런 면에서 검토할 여지와 가치가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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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정당'은 문재인 정부에 대한 2중대 또는 단순한 야당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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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를 보완, 보충하는 역할을 넘어 노동자민중의 아래로부터의 요구와 투쟁을 조직하고 강화하는 일에 앞장서야 한다. 적어도 '진보정당'이라면 마땅히 그래야만 한다.
분수령
민주노총은 올해 2월 대의원 대회를 통해 6월 30일 이른바 '사회적총파업'을 결의, 결정한 바 있다. 올 2월은 알다시피 사실상 정권교체가 이루어질 것이 기정사실로 여겨지던 정세였으며, 민주노총은 바로 정권교체 이후를 대비하기 위한 차원에서 그 같은 결의, 결정을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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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가 이 모두를 노동자민중의 입장에서 해결하기를 바라거나 기대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다른 사안도 그렇지만 특히 노동 문제는 단순한 하나의 정책이 아니라 정치적, 계급적 차원의 문제로서 체제와 직결되는 문제다. 예컨대 문재인 정부는 최저임금 1만원을 2020년까지 하겠다고 공약했지만 벌써부터 내부에서 임기 내, 즉 2022년까지로 미뤄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민주노총은 문재인 정부를 향해 최저임금 1만 원, 비정규직 문제 해결, 노동조합(특히 전교조와 전국공무원노조) 인정과 노동3권 보장, 노동시간 단축과 청년실업 해소 등 4대 정책 의제와 산업·업종별 교섭틀 구성을 위한 노정 직접 교섭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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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은 문재인 정부와의 사회적대타협을 위한 파트너로서가 아니라, 노동자민중의 아래로부터의 독자적인 투쟁을 앞장서 조직하는 투쟁 사령부로서의 역할을 계속해서 해야 한다.
민주노총 6.30 사회적총파업이야말로 문재인 정부의 향후 국정운영 방안과 정국의 향방을 가르는 일차 분수령이 될 것이 분명하다. 민주노총은 물론, '진보-좌파' 세력도 6.30 사회적총파업 조직화에 전력을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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