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농협은 협동조합인가?
한국농어민신문 2015.04.24(금) 이상길 논설실장·선임기자
http://m.agrinet.co.kr/news/articleView.html?idxno=1366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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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협동조합의 시대다. 지난 2012년 12월 협동조합기본법이 시행된 이후 수많은 협동조합이 만들어지고 있다. 업종별로는 도·소매에서부터 교육, 농림어업, 예술·여가, 제조 등으로 다양하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총 6251개의 협동조합이 설립됐고, 올해 말까지 8500개 수준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이 정도면 협동조합 러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왜 이렇게 많은 협동조합이 생겨나고 있을까? 그것은 한 마디로 ‘갑’이 지배하는 이 나라에서 ‘을’도 한 번 힘을 합쳐 함께 살아보자는 절실한 필요에 의해서다. 고용 없는 성장, 1%를 위한 경제, 끝도 없는 경쟁에 내몰린 서민들이 협동과 연대라는 새로운 길을 찾아 나선 것이다.
이처럼 돈이 아닌 사람 중심의 세상을 만들어 갈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는 이들이 늘어나고, 협동조합의 사업과 운영을 통해 민주주의와 협동의 원리가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시대조류 속에서 마치 동 떨어진 대륙으로 존재하는 협동조합이 있으니, 바로 농업협동조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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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동조합 이론가 레이드로우(Laidlaw)는 “민주주의는 협동조합조직의 필수 불가결한 요소이고, 이것이 결여된 조직은 진정한 협동조합이라 할 수 없다”고 설파했다. 정부가 중앙회를 감독하고 선거를 관리하며, 중앙회가 일선 조합을 통제하고, 무자격 조합원이 난무하는 농협, 중앙회와 일선조합이 사업을 두고 경합하는 농협이라면, 정체성 논란을 피할 수 없다. 지금 농협은 가입의 자유, 민주적 관리, 조합원의 경제적 참여, 자율과 독립, 교육·훈련 및 홍보, 협동조합간 협동, 지역사회 기여 등 국제협동조합연맹(ICA) 7대원칙 중 어느 것에도 충실하다고 보기 어렵다.
정체성을 상실한 협동조합은 지금 잘 나간다 해도 결국은 모래 위에 쌓은 성일 뿐이다. 최근 일본의 아베 정부가 JA전중(전국농업협동조합중앙회)의 폐지를 추진하는 사례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아베의 농협개혁은 신자유주의적 관점이라는 점에서 근본적으로 문제가 있지만, 일본 농협은 그 구조적인 문제점으로 인해 정권의 공격을 불러들였다. 그것은 바로 조합원과 괴리된 농협, 조합 위에 군림하는 중앙회, 정조합원보다 준조합원이 많은 조합, 신용사업 위주의 사업이었다.
문제는 이런 현상이 한국의 농협에서 더욱 심하다는 점이다. 일본 농협은 준조합원이 정조합원보다 약 10% 초과했다고 아베의 공격을 받았지만, 우리나라 농협은 준조합원이 정조합원의 6~7배에 달한다. 협동조합이면서도 지주회사, 주식회사로 몸집을 불리고 있는 중앙회는 일본보다 더욱 비대하다.
사회 경제적 약자들의 절실한 필요에 의해 협동조합이 만개하는 시대, 한국의 농협은 과연 협동조합인가? 이제 정부와 농협이 답할 때다. 개혁 목소리에 귀를 닫고, 가만있으라고 강요한다고 해서 근본문제가 저절로 해결되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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