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정보 큐레이션/국내외 사회변동外(2)

■[헌법학자들의 '의견서'로 본 탄핵 기각 사유 보니] '내란죄 철회' '졸속 심판' '절차 하자'… '사기 탄핵' 증거 수두룩

배셰태 2025. 3. 10. 19:14

[헌법학자들의 '의견서'로 본 탄핵 기각 사유 보니] '내란죄 철회' '졸속 심판' '절차 하자' … '사기 탄핵' 증거 수두룩
뉴데일리 2025.03.10 황지희 기자
https://www.newdaily.co.kr/site/data/html/2025/03/10/2025031000105.html

- 국내 헌법학자 7명, 尹 측 의견서에 힘 보태
- 尹 변론 기일 일방 지정 등 절차적 하자 지적
- "진술 일관되지 않아 … '사기 탄핵' 가능성도"

▲ 윤석열 대통령이 2월 20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10차 변론에 출석해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국내 헌법학자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을 두고 헌법재판소가 각하하거나 기각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법원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수사기관의 절차상 위법성 등을 인정해 구속 취소를 인용한 가운데 선고를 앞둔 헌재의 윤 대통령 탄핵심판에도 절차적 하자 등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국회 측이 형법상 내란죄의 성립 여부를 탄핵소추 사유로 다투지 않겠다고 입장을 바꾼 것에 대해 '사기 탄핵'이 될 수 있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윤 대통령 변호인단은 전날 헌법재판소에 허영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 등 헌법학자들의 의견서를 참고자료로 제출했다.

의견서에는 허 교수와 지성우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인호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호선 국민대 법과대학장, 최희수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김상겸 동국대 법과대 명예교수, 정현미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등 7명이 참여했다.

◆"尹 탄핵, 사기로 이어질 수 있어"

헌재 산하 초대 헌법재판연구원장을 지낸 허 교수는 헌재 심리에 열 가지 절차적 문제가 있다고 짚었다. 허 교수는 특히 국회 측이 형법상 내란죄의 성립 여부를 탄핵소추 사유로 다투지 않겠다고 입장을 바꾼 것에 대해 "'사기 탄핵'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소추 사유 철회에 국회의 결의가 없었기 때문에 부적법하다는 취지다.

김상겸 교수도 "내란죄의 철회를 위해서는 국회의 재의결이 요구된다"고 말을 보탰고 최희수 교수도 "내란죄의 철회는 심판 대상의 동일성이 파괴된 것"이라고 결을 함께 했다. 허 교수는 비상계엄 선포 관련자인 이진우·여인형 전 사령관, 김현태 707특임단장의 법정증언이 수사기관의 진술과 배치되는 점도 지적했다.

윤 대통령 탄핵심판의 쟁점 중 하나로 다뤄진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의 메모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홍 전 차장이 지시받은 '체포 명단'을 메모했다는 것에 대해 허 교수는 "진정성이 의심된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과 사전에 접촉한 것으로 알려진 곽종근 전 사령관의 진술에 대해서도 "일관되지 않는다"며 오염 가능성을 제기했다.

▲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는 한양대인이 8일 오후 서울 성동구 한양대 정문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반대하는 시국선언을 하는 가운데 탄핵각하를 촉구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정상윤 기자

◆"졸속재판, 내란 촉발 계기 될 수도"

헌법학자들은 재판이 졸속으로 진행된 점, 윤 대통령의 방어권을 침해한 점 등도 헌재가 윤 대통령 탄핵심판이 기각되거나 각하돼야 하는 이유로 들었다. 헌재는 지난 1월 3일 윤 대통령 측 변호인단과 협의 없이 변론 기일을 5차까지 일방적으로 지정했다. 허 교수는 "(헌재가) 형사소송법 제163조를 위반해 대통령의 반대신문권을 제한하고 방어권을 침해했다"라며 "8차 변론으로 서둘러 종결하는 것은 졸속 재판이다. 중요한 증인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탄핵심판이 준용하는 형사소송법 제163조에 따르면 피고인은 증인신문에 참여할 수 있다. 하지만 헌재는 윤 대통령 탄핵 심판 과정에서 증인신문 시간을 제한하고 반대신문 사항은 변론 전날 미리 제출하도록 했다. 이어 “공정성 우려에도 불구하고 신속한 심리에만 속도를 내고 있다. 오히려 내란을 촉발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한국헌법학회장을 지낸 지성우 교수도 "11차례밖에 진행되지 않은 심리로 국민에 의해 직접 선출돼 민주적 정당성이 가장 큰 대통령을 파면하는 (것은) 명백한 심리 미진이므로 각하돼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그러면서 핵심 증인들의 증언이 조작‧왜곡된 점, 홍 차장 메모의 신빙성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된 점 등을 지적하며 전면 재조사 필요성을 강조했다.

지 교수는 "형사소송법에 따라 전면 재조사해야 한다"며 "대통령에 대한 탄핵 결정은 비상계엄이 선포된 6시간이 아니라 비상계엄 선포에 이르게 된 과정과 그에 대한 판단, 그 이후 국민적 수용과 국가·사회의 안정성도 고려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과 재판관들이 2월 1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8차 변론'에 입장해 자리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헌재, '국민적 승복' 얻기 어려워"

의견서에는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과 관련 헌재에 기각 의견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담겼다. 공정성 논란에서 벗어나지 못한 헌재가 결정한 윤 대통령 탄핵 여부는 국민적 승복을 얻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이인호 교수는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은 '선거를 통한 주권자의 직접적인 의사를 파기하는 것'으로 다른 헌법재판과 본질이 다르다"고 쐐기를 박았다. 이어 "폭동이라는 내란 행위의 실체가 없고 대통령에게 내란의 고의나 목적도 인정될 수 없다"며 "거대 야당에 의한 의회 독재와 정부 마비의 연성 쿠데타가 우려되는 상황에서는 더욱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호선 학장은 좌파 성향으로 꼽히는 이미선‧정계선 재판관 등이 심리에 참여하면서 이미 공정성을 잃었다고 지적했다. 이 학장은 "두 재판관이 심리를 회피하지 않는다면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절차적 정당성을 잃고 국민적 승복을 얻기 어려울 것"이라고 봤다.

정현미 교수도 "헌재는 한덕수 국무총리 관련 권한쟁의부터 심리하지 않고 심리 순서를 자의적으로 바꾸었다"며 "헌재의 편향적 구성 및 공정성에 대한 우려를 불러일으킨다"고 이 학장과 입장을 같이 했다.

헌재는 지난달 19일 한 총리의 탄핵심판 변론을 종결했는데도 선고를 미루는 반면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에는 속도를 내면서 편향성 지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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