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평인 칼럼]결론 내놓고 논리 꿰맞춘 기교 사법...이재명 위증교사에만 일어나
[송평인 칼럼]결론 내놓고 논리 꿰맞춘 기교 사법
동아일보 2024.11.26 송평인 논설위원
https://www.donga.com/news/Opinion/article/all/20241126/130510556/2
- 위증으로 진실 얘기하는 ‘기적’
- 이재명 위증교사에만 일어나
- 협의란 말을 마법처럼 사용해
- 논리의 전철기를 조작한 재판부
송평인 논설위원
사람이 처벌 위험을 감수하고 괜히 위증을 하지 않는다. 위증을 자백하기까지 했다. 그런 사람을 위증으로 처벌하지 않을 수 없는데 그렇다면 위증을 교사한 행위가 있고 위증으로부터 이익을 얻은 사람은 어떻게 할 것인가. 재판부는 곤혹스러워하며 논리를 비비 꼬았다.
재판부는 검찰이 허위라고 해서 기소한 김진성 씨(김병량 전 성남시장 수행비서)의 증언을 6개로 나눴다. 재판부는 증언 모두에 대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위증교사를 인정하지 않았다. 가장 중요한 두 증언, 즉 ‘이재명을 검사 사칭 사건의 주범으로 모는 협의는 있었다’와 ‘그래서 최 PD에 대한 고소 취하를 협의했다’만 놓고 보자.
첫 번째 증언과 관련해 재판부는 그런 협의는 없었다고 봤다. 그렇다면 ‘협의가 있었다’는 건 허위이고 허위를 증언해달라는 이 대표의 요구는 위증교사에 해당할 수 있다. 그러나 재판부는 김 씨가 기억 나지 않는다고 반응했고 이 대표도 ‘그런 얘기를 들었다고 하면 되지’라고 말하긴 했지만 그 선에서 끝냈다고 봤다.
이후에 이 대표 변호사와 김 씨 간에 변론요지서와 진술서까지 주고받으면서 말을 맞추는 과정이 이어졌다. 재판부는 이 전체를 이 대표의 방어권 행사라고 봤다. 그러나 김 씨는 일부 증언에서는 기억에도 없는 말까지 해가면서 위증죄로 처벌될 정도로 이 대표의 요구에 응했다. 일반인이라도 단순한 방어권 행사라고 봐줬을지 의문이다.
재판부는 무엇보다 김 씨의 증언은 맥락으로 봤을 때 “협의가 있었다”가 아니라 “분위기가 있었다”는 정도라고 결론을 내렸다. 재판부 견해대로 분위기만 있었다고 하자. 이 대표는 “검사 사칭 사건에서 누명을 썼다”고 말했다가 허위사실 공표로 기소됐으나 무죄가 됐다. 그 사건에서 무죄가 선고된 중요한 이유는 ‘검사 사칭의 주범으로 몬 무엇’이다. 그게 분위기에 머물러 있었는지, 협의까지 갔는지 따지는 건 그리 중요하지 않다.
김 씨의 증언에서 실제 법정에서 질의가 오갈 때 사용된 말은 협의다. 재판부가 맥락으로 따져 분위기라고 본 것일 뿐이다. ‘∼라는 취지의 증언’으로 새기면 둘을 그렇게까지 구별할 이유가 없는데 재판부는 유독 협의란 말에 집착하면서 협의가 있었다고 진술한 건 아니기 때문에 김 씨의 위증죄도, 이 대표의 위증교사죄도 인정하지 않았다.
일단 위증죄가 성립하지 않으면 위증교사죄도 성립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위증죄가 성립할 경우는? 두 번째 증언과 관련해 재판부는 ‘최 PD의 고소 취하에 대한 협의가 있었다’고 봤다. 김 씨는 협의가 있었던 것을 있었다고 증언했는데도 위증이 됐다. 협의는 김 씨가 수행비서직을 그만뒀을 때의 일로 김 씨로서는 그런 사실을 알 수 없었는데도 알았던 것처럼 진술했기 때문이다.
이 대목에서 위증과 위증 교사에 관해 다소 어려울 수도 있는 법리가 등장한다. 위증은 기억에 반해 진술하면 그것이 허위든 진실이든 위증이 된다. 위증교사는 기억에 반해 허위진술을 하게 할 때 성립한다. 기억에 반한 진술이 허위가 아니라 진실이면 위증교사는 성립하지 않는다. 그래서 김 씨의 위증죄가 성립함에도 이 대표의 위증교사죄는 성립하지 않았다.
그러나 허위 사실 공표 재판 당시에는 ‘최 PD의 고소 취하에 대한 협의가 있었다’는 증거가 없었다. 그러니까 이 대표가 김 씨에게 그런 증언을 해달라고 요구한 것이 아니겠는가. 사실 지금도 그것이 진실이라는 증거는 명확하지 않다. 재판부가 진실인 것처럼 보인다고 판단할 뿐이다. 결과로 보면 최 PD에 대한 고소가 취하되지 않았다. 물론 협의가 있었으나 실패했을 수도 있지만 그 정도 협의라면 협의의 유무에 대한 진술로 위증자는 유죄, 위증교사자는 무죄로 나눌 만한지 의문이다. 특히 생각해봐야 하는 건 김 씨의 위증죄를 인정할 수밖에 없는 증언에서는 김 씨가 기억에도 없는 말을 했는데 그게 진실이 되는 ‘기적’이 일어나 이 대표가 위증교사죄에서 빠져나갔다는 것이다.
결론을 정해놓고 결론에 논리를 꿰맞춰 판결하는 걸 기교(技巧)사법이라고 한다. 재판부는 합의도 못 되는 협의라는 말을 사용해 한 번은 ‘협의가 없었다’, 한 번은 ‘협의가 있었다’가 진실이라고 하면서 논리의 전철기(轉轍機)를 조작했다. 고약한 법관들이라고 생각하지만 판결은 판결이다. 상급심에서 양식에 부합하는 설득력 있는 판결이 내려지길 바란다.
=================
<이미지 출처: 자유일보/차명진 만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