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무부, 한국 정치권 핵무장 주장에 “확장억제 개선·강화 중”
국무부, 한국 정치권 핵무장 주장에 “확장억제 개선·강화 중”
VOA 뉴스 2024.06.28 조은정 기자
https://www.voakorea.com/a/7676392.html

지난 10일 한국 서울 국방부 청사에서 조창래 한국 국방부 정책실장과 비핀 나랑 미국 국방부 우주정책차관보 대행이 제3차 핵협의그룹(NCG) 회의 뒤 공동언론성명을 발표했다.
미국 정부는 한국 정치권에서 자체 핵무장론이 제기된 데 대해 현재 한국과 공동으로 확장억제를 개선하고 강화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일부 미국 전문가들은 북러 밀착으로 미국의 확장억제 공약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미 국무부는 27일 “미국과 한국은 워싱턴 선언에 따라 만들어진 핵협의그룹을 통해 확장억제를 개선하고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국무부 대변인은 한국 여권 정치인들이 자체 핵무장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데 대한 VOA의 질의에 이같이 답변했습니다.
국무부 대변인은 “핵협의그룹은 핵 억지력에 대한 보다 심도 있는 협력적 의사결정을 통해 미한 동맹이 한반도에서 핵 억지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미국은 핵무기를 포함한 모든 범주의 군사 능력을 사용하는 한국 방어와 확장 억제력에 대한 철통같은 공약을 유지하고 있다”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양국이 핵 비확산 원칙에도 전념하고 있다는 점도 확인했습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윤석열 한국 대통령이 지난해 4월26일 백악관 공동 기자회견에서 '워싱턴 선언'을 발표했다.
국무부 대변인은 “2023년 4월 미한 양국이 발표한 워싱턴 선언은 한국에 대한 미국의 획기적인 확장억제 공약”이라며 “우리는 지역 평화와 안정의 핵심 요소인 핵 비확산에 대한 약속을 이 선언에 담기 위해 한국과 긴밀히 협력했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윤 대통령은 국제 비확산 체제의 초석인 핵확산금지조약(NPT)에 따른 한국의 오랜 공약을 재확인했다”고 말했습니다.

19일 북한을 방문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포괄적 전략동반자 협정에 서명 후 악수를 나누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장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상회담을 연 이후 한국 여권에서는 자체 핵무장론이 다시 불거지고 있습니다.
국민의힘 당권주자인 나경원 의원은 26일 대표가 되면 핵무장을 당론으로 정하겠다고 밝혔고, 홍준표 대구시장도 독자 핵무장을 위한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 필요성을 제기했습니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독자 핵무장을 추진하면 제재를 받을 것이라면서도 “일본처럼 언제든 핵무장을 할 수 있는 잠재적 역량까지는 나가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케이토연구소의 더그 밴도우 선임연구원.
한국 여권에서 자체 핵무장론이 다시 거론되고 있는데 대해 더그 밴도우 케이토연구소 선임연구원은 27일 VOA에 북러 협력 심화에 따른 여파라고 분석했습니다.
“러시아와 북한 사이에 정확히 어떤 협력이 이뤄지고 있는지 모르기 때문에 한국인들이 당연히 매우 긴장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에 더해 미국의 확장억제 공약에 대한 의구심도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밴도우 선임연구원은 “북한의 역량이 커지고 궁극적으로 북한이 미국을 겨냥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되면 미국인들은 왜 북한과 핵전쟁을 할 준비가 돼 있는지 의문을 가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미국이 더 이상 이익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하면 미국은 쉽게 정책을 바꿀 수 있고, 그러면 한국이 상당히 취약해질 수 있다는 점을 한국인들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엘브리지 콜비 전 미국 국방부 전략·전력개발 부차관보.
엘브리지 콜비 전 미국 국방부 전략·전력개발 부차관보는 27일 VOA에 “매우 진지한 지도자들과 한국의 국민들은 북한의 상황이 심각해지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으며, 우리의 확장억제 신뢰성에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미국도 북한의 위협이 얼마나 심각한지, 워싱턴 선언이 해결책이 아니라는 점을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우리에게는 핵무기를 보유한 동맹국들이 있기에 이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또 “물론 우리는 비확산을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아시아에서 핵 비확산은 중국과 북한에게는 큰 성공을 줬지만, 한국, 일본, 미국에게는 그렇지 못했다”라고 말했습니다.

패트릭 크로닌 허드슨연구소 아시아태평양
패트릭 크로닌 허드슨연구소 아시아태평양
안보석좌는 27일 VOA에 “(한국에서) 이런 생각은 향후 선거에서 대중의 지지를 얻고자 하는 사람들로부터 나오고 있다”며 “한국이 자체 핵 능력을 보유해야 한다는 생각은 계속해서 상당한 인기를 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아직 정부 정책은 아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미국의 이익은 원칙적으로 핵무기 기술을 심지어 가장 가까운 동맹국일지라도 확산시키지 않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크로닌 석좌는 “한국의 안보는 여전히 미국의 지원에 크게 의존하고 있으며, 만약 한국이 이를 완전히 잃는다면 작은 핵무기를 통해 얻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잃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그렇기 때문에 워싱턴 선언과 핵협의그룹과 같은 것들을 추진하는 것”이라며 “비록 관료주의적이고, 미국이 가장 가까운 동맹에게 기술을 느리게 전수하고 있지만, 여전히 그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습니다.

빅터 차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빅터 차 한국석좌는 27일 VOA에 “정치적 발언은 모든 장단점을 고려한 전략적 엘리트들의 신중한 국가적 논의의 표현이 아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그렇긴 하지만 지난 주 북러 사이에 일어난 일이 엘리트들의 마음 속에 새로운 의문을 제기했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며 “러시아의 노골적인 지지를 받는 북한이 얼마나 더 큰 위험을 감수할 것인지 의문이 생기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차 석좌는 “CSIS의 설문조사에서 알 수 있듯이 한국이 ‘핵 욕망’을 가지고 있고 미국이 그 욕망을 억제하고 있다고 말하기에는 너무 이르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확장억제는 북한이 미국을 공격할 수 없을 때만 제공되는 것이 아니다”라며 “냉전 당시 소련이 미국 도시에 ICBM을 퍼부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나토에 확장억제를 제공했다”며 한국에 대한 확장억제도 마찬가지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다음 달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NATO) 정상회의에서 아시아 동맹국들의 안보를 연계하는 집단 방위선언을 하는 것이 유용하다고 강조했습니다.
CSIS는 지난 4월 ‘한국 핵 옵션’ 보고서를 발간하고, 한국의 연구소 전문가, 교수, 전현직 정부 관계자 등 전략 전문가 1천여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진행한 결과 그들 중 3분의 1만이 자체 핵 보유를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습니다.
이번에 나온 발언들은 김정은과 푸틴의 안보 합의에 대한 반응이라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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