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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전문가들, 문재인 전 대통령 회고록에 ‘김정은 비핵화 의지’ 믿는 건 순진한 발상

배셰태 2024. 5. 22. 19:13

미 전문가들, 문 전 대통령 회고록에 ‘김정은 비핵화 의지’ 믿는 건 순진한 발상
VOA 뉴스 2024.05.22 안준호 기자
https://www.voakorea.com/a/7621596.html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문재인 전 한국 대통령,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019년 6월 판문점에서 만났다.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문재인 전 한국 대통령이 회고록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비핵화 의지를 강조한 데 대해 ‘극도로 순진한 발상’이라고 지적했습니다. 2차 미북 정상회담 결렬 책임을 미국에 돌려선 안 된다고도 밝혔습니다.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태 담당 수석부차관보.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시아 태평양 담당 수석 부차관보는 김정은이 과거 비핵화 의지가 있었다는 취지의 문재인 전 한국 대통령의 주장과 관련해 21일 VOA에 “김정은의 발언은 이제까지의 그와 그의 여동생, 북한 관리들의 수년간의 발언과 북한의 공식 선언, 핵 보유국이 되며 다른 나라에 대한 선제공격을 포함해 핵무기를 사용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밝힌 북한 정책과 모순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북한 지도자들은 외국 대화 상대에게 환심을 사기 위해 기만적인 발언을 서슴지 않았던 오랜 역사가 있다”며 “북한에는 이것이 표준 운영 절차였다”고 지적했습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지난 17일 발간한 회고록 ‘변방에서 중심으로’

문 전 대통령은 최근 펴낸 회고록 ‘변방에서 중심으로’에서 2018년 4월 남북정상회담에서 김 위원장이 “핵을 사용할 생각이 전혀 없다”며 “나에게도 딸이 있는데 딸 세대까지 핵을 머리에 이고 살게 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고 밝혔습니다.

문 전 대통령은 또 김 위원장이 자신의 비핵화 의지를 국제사회가 불신하는 데 대해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고도 했습니다.

문 전 대통령은 2019년 2월에야 2차 미북 정상회담이 열린 배경과 관련해 “북한은 마이크 폼페이오 당시 미국 국무장관이 북한에 와서 실무교섭을 하면서 ‘핵 리스트’를 내놓아야 한다고 해 정상회담이 늦어졌다고 했다”며 “그 때문에 북한이 발끈했다”고 전했습니다.

리비어 전 수석 부차관보는 “북한이 핵 관련 시설, 역량, 무기를 상세히 나열한 목록을 제공하는 것을 주저하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라며 “북한이 그렇게 했다면 비밀 핵 생산 시설을 포함한 실제 핵 역량에 대한 진실이 드러났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2019년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이 결렬된 데는 여러 이유가 있지만 “가장 주된 이유는 북한이 영변 외부의 비밀 핵 시설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고, 이런 시설들과 영변 내 다른 시설들을 미국과의 협상 범위에 포함시키는 것을 거부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이날 VOA와의 전화 통화에서 김정은이 당시 비핵화 의지가 있었다는 말은 믿기 어렵다고 했습니다.

베넷 선임연구원은 “김정은이 문 전 대통령에게 무언가를 주장했을 수도 있고, 문 전 대통령은 김정은이 그렇게 하기를 바랐을 수도 있지만 (비핵화는) 김정은이 가고자 했던 방향이 아니었다는 많은 증거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2018년에도 김정은은 1년에 12개 정도의 핵무기를 대량 생산하고 있었다”며 “가난한 나라가 (핵무기를) 포기할 계획으로 그렇게 무기를 생산하지는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진정으로 비핵화 의지가 있었다면 경제난에 허덕이면서 핵무기를 12개씩이나 대량 생산할 리가 없으므로, 김정은의 말은 신뢰하기 어렵다는 설명입니다.

베넷 선임연구원은 하노이 회담 결렬과 관련해 “트럼프 당시 대통령은 김정은이 논의하지 않은 특정 핵시설을 적어도 하나 이상 파악한 것 같다”며 “김정은은 미국이 그 시설을 알고 있다는 사실에 매우 놀랐지만, 그 시설을 절대 포기하지 않겠다고 해서 협상이 결렬됐다”고 말했습니다.

해리 해리스 주한미국대사. 사진 제공 = 주한미국대사관.

태평양 사령관을 역임한 해리 해리스 전 주한 미국 대사는 “아직 문 전 대통령의 회고록을 읽지 않아 그의 발언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면서도 “김정은이 자발적으로 핵을 포기할 것이라는 일반적인 생각은 너무도 순진해 빠진 생각”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2차 미북 정상회담 결렬 책임이 미국에 있다는 주장은 말도 안 된다”고 단언했습니다.

이어 “김정은에게는 권력을 유지하면서도 동시에 북한 주민들에게 더 밝은 미래를 열어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지만, 그 대신 김정은은 자국민의 번영과 안녕보다 자신의 권력 추구를 선택했다”고 말했습니다.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대량살상무기 조정관. 사진 = Brandeis University.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대량살상무기 조정관은 “김정은이 문 전 대통령에게 뭐라고 말했든 김정은이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북핵을 포기할 의도가 있었다는 말은 믿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앤드류 여 브루킹스연구소 한국석좌. 사진 = Brookings Institution.

앤드류 여 브루킹스연구소 한국 석좌는 “김정은이 핵 리스트 때문에 발끈했다는 문 전 대통령의 발언은 실제로 북한이 핵 시설 검증을 꺼렸다는 미국 측 주장을 뒷받침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조셉 디트라니 전 미국 6자회담 차석대표.

조셉 디트라니 전 북핵 6자회담 미국 차석대표는 VOA와의 전화 통화에서 ‘핵을 사용할 생각이 전혀 없다’는 김 위원장의 발언에 대해 “그들로부터 핵무기는 억지력만을 위한 것이라는 이야기를 계속 들었다”며 “그들은 (김씨) 정권 교체 시도를 억제하는 데만 핵을 사용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북한이 핵을 실제 사용하려는 것이 아니라 미국이나 한국이 김씨 정권 교체를 시도하려 할 경우 이에 대한 억제책으로 사용하려 한다고 주장해 왔다는 설명입니다.

디트라니 전 차석대표는 그러나 “북한은 (2005년)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비핵화에 합의했지만, 비밀리에 고농축 우라늄 프로그램을 여전히 보유하고 있었다”면서 “협상가로서 북한이 플루토늄을 포기할 준비는 돼있지만 여전히 일종의 핵무기 역량을 유지하기를 원한다는 걸 확신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이 핵을 김씨 정권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억지력으로 말한 것을 근거로 이 같은 사실을 확신했다는 겁니다.

디트라니 전 차석대표는 “북한은 여전히 일종의 핵무기 역량을 보유하기를 원하고 있다”면서 “그들이 항상 말했듯이, 또 문 전 대통령도 회고록에서 언급했듯 사용되지 않는 억지력으로서 핵무기를 보유하기를 원했다”는 겁니다.

그러나 “이제 우리가 명심해야 할 것은 북한이 정책을 바꿨다는 것”이라며 “지금 북한은 선제공격 정책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우리가 협상할 때와는 다른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과거엔 정권 유지를 위한 위협용으로만 핵을 보유하고, 실제 사용하지는 않으려 했을지 몰라도 이제는 북한의 정책이 바뀌었다는 설명입니다.

여 석좌도 북한이 핵을 정권 유지를 위한 억제용으로만 사용하고,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을 것이란 일각의 주장에 대해서는 “동의하지 않는다”면서 “북한이 지금은 핵을 (정권 유지를 위한) 억제용으로 사용하지만, 현재 또는 미래의 북한 지도자가 만약 그들이 도발이나 위협을 당해도 사용하지 않을 것이란 보장은 없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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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자유일보/차명진 만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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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냉엄한 현실인식과 자성부터 해야

문재인 전 대통령이 출간한 회고록 ‘변방에서 중심으로’에서 보인 외교안보 정책은 객관적 사실보다 북한 김정은의 말을 더 믿어왔음을 알 수 있어 세간의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다. 실패한 비핵화와 굴욕적 대북 저자세에 대한 자성은커녕 자기 합리화와 공감할 수 없는 주장을 펴고 있다고 평가되기 때문이다.

문 전 대통령은 2018년 4월 판문점 남북정상회담 당시 ‘도보다리’에서 독대한 김정은이 “ 딸 세대까지 핵을 머리에 이고 살게 할 수는 없는 게 아니냐”며 “ 핵을 사용할 생각이 전혀 없다”고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상응하는 조치가 있다면 비핵화 하겠다는 김정은의 약속은 진심이었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문 전 대통령은 그러면서 김정은 과의 남북정상회담 및 두 차례의 미. 북 정상회담을 성사시킨 중재자 역할을 자신의 성과라고 자평했다. 하지만 미. 북 정상회담에서 핵 담판은 아무런 소득도 없이 끝났고, 결과적으로 이런 정상회담이 북한의 핵 무력 고도화를 가져오는데 시간만 벌어준 꼴이 되었다.

김정은은 2018년 3월 문 전 대통령이 보낸 대북 특사단에게 ‘비핵화 의지’를 표했고, 당시 정부는 충분한 입증이나 여과 없이 이를 미국에 그대로 전달했다. 2018년 6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첫 미. 북 정상회담 성사를 위해 당시 청와대는 ‘한국이 빠진 상태에서 미국과 북한끼리라도 종전선언을 해도 좋겠다’는 메시지를 미국에 보냈다고 한다. 미. 북 정상회담 성사를 위해 지나치게 집착한 나머지 무리수를 둔 것이다.

문 전 대통령은 2019년 ‘하노이 노딜’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의 협상팀은 북한의 제안 내용조차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며 핵 담판 실패의 책임을 미국에 떠넘기는 듯한 입장을 취했다. 그런데 트럼프 국무부 대변인을 지낸 모건 오테이거스는 최근 미국 우선주의 연구소 정책 자료집에서 “문 전 대통령이 북한에 더 많은 양보를 하려해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 문 전 대통령을 배제 했다”고 증언했다.

문 전 대통령은 싱가포르 미. 북 회담 협상 동안 북한의 핵 장거리 미사일 실험 유예를 위한 조치로서 “한미연합훈련 중단을 명문화 했어야 했다”는 주장도 폈다. 이는 사실상 북한. 중국. 러시아가 북의 핵미사일 실험과 한미연합훈련을 동시에 중단하자고 요구한 쌍중단(雙中斷)을 수용하는 것이다. 합법적이고 방어적인 성격의 한미연합훈련을 북한의 불법적 도발과 같은 금지선에 비유하며 등가(等價)로 맞바꿀 수 있다는 인식을 갖다니 너무나 어이가 없다.

문 전 대통령은 김정은이 트럼프에게 보낸 친서에서 “ 핵무기연구소와 위성발사 구역의 완전한 중단 및 영변 핵물질 생산시설의 불가역적 폐쇄”를 제안한데 대해서도 큰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나 영변 핵시설 냉각탑과 풍계리 핵실험장의 폭파쇼까지 벌였던 북한이다. 북한은 최근에 이곳 시설들의 봉인 해제와 갱도 복구 등 핵 활동을 재개하고 있는데 이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고 싶다.

김정은은 얼마 전에 “유사시 핵 무력을 동원해 남조선 전 영토를 평정하기 위한 대사변 준비에 박차를 가하라”고 지시했다. 실제로 북한은 미 본토를 공격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한국을 공격할 수 있는 전술핵을 완성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문 전 대통령이 회고록을 공개한 날에도 북한은 탄도미사일 여러 발을 동해안 상으로 발사했다. 그런데도 무슨 근거로 김정은의 핵 포기 의사를 진심이라고 확신하는 것인지 알다가도 모르겠다.

김정은 자신도 믿지 않았을 비핵화 의지를 만나는 사람마다 믿으라고 강변하다가 ‘김정은 대변인’이라는 소리까지 들었던 문 전 대통령이다. 더욱 어이없기는 ‘유엔 안보리 제재가 남북관계 개선 국면마다 애로로 작용했다’는 주장을 편 것이다. 한국의 전직 대통령이 북한의 핵. 미사일 개발을 저지하기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에 대해 불만을 표시하다니 말이 되는가.

문 전 대통령의 회고록은 한마디로 김정은의 말을 더 믿는다는 식이다. 한국 답방, 직통 전화 가동, 이메일 소통 등 김정은의 약속은 어느 것 하나 실현되지 않았지만, 그는 북측 사정을 이해한다는 취지로 말했다. 김정은이 “연평도 포격사건으로 고통 겪는 주민들을 위로하고 싶다”고 말했다거나 친서에서 “ 폭파한 남북연락사무소 재건 문제를 협의해 보자고 제안했다”고도 했다.

이는 어디까지나 외교적 수사에 불과한 것이다. 그런데도 문 전 대통령은 이를 전적으로 믿었던 모양이다. 지력이 모자란 것인지 아니면 무슨 다른 꿍꿍이속이 있는 것인지 밝혀보고 싶다. 결국은 외교적 수사와 진짜 속내를 구별할 줄을 모른다는 것을 자인한 셈이다. 문 전 대통령은 이제라도 자화자찬만 늘어놓지 말고 냉엄한 현실인식과 자성부터해주길 바란다.

출처: 장석영 페이스북 2024.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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