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영의 ‘재판부 쇼핑’ 응징한 법원, 이재명의 대북송금 의혹 ‘부인 전략’을 무력화할까
이화영의 ‘재판부 쇼핑’ 응징한 법원, 이재명의 대북송금 의혹 ‘부인 전략’을 무력화할까
펜앤드마이크 2023.11.05 양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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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방울 대북송금 의혹’ 사건 피고인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제기한 재판부 기피신청이 지난 1일 기각됐다. 이 전 부지사 변호인 측은 당일 재판부 기피신청이 기각된 데 대해 즉각 항고하겠다고 밝혔다. 이로써 이 전 부지사 재판의 1심 선고가 언제 내려질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1일 수원지법 형사12부(재판장 황인성)는 이화영 전 경기 평화부지사 측이 제기한 재판부 기피신청을 기각했다. [사진=연합뉴스TV 캡처]
이 전 부지사가 대북송금과 관련해 유죄를 선고받을 경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재판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본지에서는 이 전 부지사가 1심 선고를 앞두고 돌연 재판부 기피신청을 한 이유가 ‘이 대표 재판을 지연시키려는 의도’에 있다고 분석했다. ▶펜앤드마이크 10월 25일 자 ‘’진술 번복‘ 이화영, 유죄 선고 유력한데 재판부 기피...이재명 재판이 사법시스템 교란’ 제하 보도 참조. 그만큼 이 전 부지사에 대한 선고 결과는 이 대표의 정치생명에 직결돼 있다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이화영, 구속된 상태에서도 진술 번복 거듭...검찰과 재판부, 불구속 재판의 위험성에 공감한 듯
지난달 23일 이 전 부지사의 변호인단은 경기 수원시 경기도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재판을 맡고 있는 수원지법 형사11부(부장판사 신진우) 판사 3명이 불공평한 재판을 할 염려가 있다”며 형사소송법에 따라 기피신청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재판부가 도주 및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고 이 전 부지사에 대한 추가 구속영장을 발부한 게 불공정하다는 주장이었다.
하지만 이 전 부지사가 구속된 상태에서도 대북송금에 대해서 당시 이재명 경기도지사에게 보고했는지 여부에 대해 증언 번복이 거듭됐다는 점을 감안할 때,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게 되면 더욱 극심한 회유와 압력에 노출될 위험이 크다는 게 검찰과 재판부의 공통된 판단이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그에 따라 24일 오전 이 전 부지사와 방용철 쌍방울 그룹 부회장에 대한 뇌물·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 등에 대한 50차 공판은 공전했다.
법조계에 따르면 통상 피고인이 재판부 기피신청을 하는 경우, 대략 3~4개월 정도 재판이 지연되는 효과를 거둔다고 한다. 수원지법 형사11부는 10월초 재판 기일에서 향후 일정과 관련해 ‘11월 중순에 재판을 끝낼 것’으로 설명한 바 있다. 4~5번의 재판 이후에 끝내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이다. 재판이 끝나고 통상 1개월 정도 후에 선고가 내려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12월 안에 1심 선고가 내려질 것으로 전망됐다.
재판부가 11월 중순에 재판을 끝내겠다고 한 직후, 이 전 부지사 변호인 측이 재판부 기피신청을 제기한 셈이 된다. 12월에 1심 선고가 내려질 가능성이 높았던 상황에서, 내년 3~4월로 1심 선고를 지연시키겠다는 의도로 풀이됐다. 더욱이 내년 2월에는 법원 정기 인사가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선고는 그보다 더 늦춰질 가능성도 높게 전망됐다.
이화영, 1년 넘게 재판받다가 1심 선고 앞두고 재판부 기피신청...재판부는 9일 만에 기각
그런데 이 전 부지사 변호인 측의 의도와는 다르게 돌발 변수가 발생했다. 지난 1일 수원지법 형사12부(재판장 황인성)가 이 전 부지사 측이 제기한 재판부 기피신청을 기각한 것이다. 기피신청이 제기된 지 9일만의 속결이었다.
재판부는 “신청인이 주장하는 기피신청 사유는 모두 이 사건 재판부가 불공평한 재판을 할 것이라는 의혹을 갖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인정될 만한 객관적인 사정이 있는 때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자료도 없으므로, 신청인의 주장은 모두 이유 없다”고 판시했다.
이 전 부지사 측의 기피신청 직후 검찰은 “지금까지 1년 넘게 재판이 진행됐는데, 선고를 앞두고 이를 피하려고 기피 신청하는 경우를 본 적이 없다. 일종의 ‘재판부 쇼핑’이 된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선고를 늦추기 위한 ‘꼼수 기피’를 방지하기 위해 법원에서 반드시 신속하게 결정을 해줘야 된다”며 재판부에 기각 결정을 촉구하는 의견서를 냈다. 법조계에서는 검찰의 이런 의견서가 주효했던 것으로 보고 있다.
이화영이 재항고해도 대법원이 신속 기각하면 2월에는 1심 선고 가능해
재판부 기피신청 기각 결정이 내려진 당일 이 전 부지사 변호인단은 항고 의사를 밝혔다. 법조계에서는 항고에서도 기각될 것이라는 전망이 높다. 검찰이 밝힌 대로 ‘1심 선고를 앞두고 재판부 기피신청은 이례적’이기 때문이다.

지난 달 23일 오전 경기도의회 중회의실에서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외국환거래법 위반), 뇌물 및 정치자금법 위반 등의 혐의로 재판 중인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변호인(법무법인 KNC 김현철 변호사)이 기자회견을 열고 재판부(수원지법 형사11부) 기피신청서를 제출하는 사유에 대해 밝히고 있다. 2023.10.23. [사진=연합뉴스]
이 전 변호인단의 항고에 대해 고등법원이 기각을 결정할 경우, 변호인단은 재항고를 할 것이 확실시된다. 처음부터 기피신청을 제기한 목적이 ‘재판지연’에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재항고를 할 경우, 대법원이 언제 결정을 하느냐에 향후 재판 일정이 달렸다는 분석이 나오는 상황이다.
수원지법 형사12부처럼 단시간에 결정을 내릴 경우, 빠르면 12월초에도 결론이 나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대법원의 결정 이후 재개된 재판에서 수원지법 형사11부 신진우 부장판사가 기존의 일정대로 4~5번의 재판 이후에 재판을 끝내게 되면, 1월 초나 중순에 해당한다. 그로부터 1달여 후에 1심 선고가 내려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2월초나 중순에 1심 선고가 나올 가능성이 점쳐진다.
엄격하게 대응하는 신진우 부장판사, 법원 정기 인사 이전에 1심 선고할 가능성 높아?
문제는 법원 정기 인사가 2월에 예정돼 있다는 점이다. 신진우 부장판사가 재판을 다 끝내놓고 선고만을 남겨둔 상태에서, 선고를 하지 않고, 다른 지역으로 가버린다면 ‘무책임’하다는 비판을 피할 길이 없다.
따라서 이 전 부지사의 1심 선고가 언제 나올 것인가는 오로지 신 부장판사의 의지에 달린 상황이 됐다. 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5일 펜앤드마이크와의 통화에서 “신 부장판사가 1심 선고를 내려놓고 이동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신 부장판사가 지난 14일 0시 이 전 부지사의 구속기간 만료를 앞두고 추가영장을 발부한 사실을 근거로 들었다. 그야말로 엄격한 대응이었다. 신 부장판사는 “증거인멸 및 도주 우려가 있다”며 추가 구속영장 사유를 밝혔다. 당시 법조계에서는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1년 정도 구속을 했으면, 불구속 재판이 원칙이라는 의견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검찰은 지난해 9월 28일 뇌물 등 혐의로 이 전 부지사를 구속했다. 이후 구속 만기일이 다가오자 지난 4월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로 추가 기소하면서 1차 구속영장을 법원에 청구해 받아 냈다. 6개월이 지나 다시 한번 구속기한 만기가 다가오자 검찰은 9월 19일 "제2병합사건(증거인멸교사)과 관련해 2차 구속영장 추가 발부를 희망한다"며 법원에 요청했다. 이 요청을 신 부장판사가 받아들인 것이다.
이화영의 기피신청은 ‘괘씸죄’에 해당돼, 신속 선고 가능성 높아져
이와 관련해 이 전 부지사 변호인단 중 1명인 김광민 변호사는 "증거인멸 교사 관련된 공판 절차는 이미 끝난 상황에서 추가로 영장 발부한다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특히 재판 일정과 관련해서도 “재판부가 향후 일정을 언급하며 11월 중순 재판을 끝낼 것으로 설명했다. 이는 12월 안에 선고를 내겠다는 의미인데, 변론이 다 끝난 상황에서 추가 영장이 발부가 됐다는 건 이 전 부지사에 대한 압박을 하겠다는 것 아니겠냐"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이후 이 전 부지사 변호인단은 선고를 앞둔 재판부에 대해 기피신청을 한 것이다. 이에 대해 서정욱 변호사는 채널A에서 “판사도 인간이다. 기피신청을 하면 형량에 불리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2차 구속영장을 발부한 신 부장판사의 엄격한 잣대에 ‘기피신청을 당했다는 괘씸함’까지 더해질 경우, 신 부장판사가 법원 정기 인사 전에 1심 선고를 할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최대 변수= 대법원의 재항고 신속 기각과 수원지법 형사 11부의 신속 선고
이 전 부지사가 무죄를 선고받는다면 이 대표는 쌍방울과 관련한 사법리스크를 덜어내는 호재를 맞게 된다. 반면에 이 전 부지사가 유죄 선고를 받을 경우,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에 대한 이 대표의 인지 여부가 내년 4월 총선의 최대 쟁점으로 부상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 대표는 그동안 자신이 대북송금 의혹에 연루됐다는 검찰측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 전략을 구사해왔다. 즉 자신과 무관한 기업범죄라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대법원이 이 전 부지사 측의 재항고를 신속하게 기각하고 수원지법 형사 11부가 당초 예정대로 1심 선고를 한다면, 이 대표의 ‘부인전략’을 무력화시키는 효과를 낳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