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패권전쟁과 한국의 대응] ③ 달러·위안 전쟁, 금융이 무기다… 韓의 방어전략은 무엇인가
[미중 패권전쟁과 한국의 대응] ③ 달러·위안 전쟁, 금융이 무기다… 韓의 방어전략은 무엇인가
스카이데일리 2025.04.22 김영 기자
https://m.skyedaily.com/news_view.html?ID=270642
- 디지털 위안화의 도전, 달러 패권의 공세…한국 금융주권의 시험대
- 외환 유동성 확충과 한미 통화스와프 상시화 필요
- 결제통화 다변화 및 환리스크 관리 체계 강화 서둘러야
▲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5편 시리즈]
① 관세에서 패권으로…미중 무역전쟁 장기전, 이제 시작일 뿐
② 기술이 곧 패권…반도체·AI·배터리 ‘전쟁의 최전선’
③ 달러·위안 전쟁, 금융이 무기다…韓의 방어전략은 무엇인가
④ 안보전략도 전쟁 중…한반도, 패권 충돌의 접경지가 되다
⑤ ‘10년 전쟁’의 서막…한국, 선택받는 나라에서 선택하는 나라로
2025년 미중 패권경쟁의 전장은 관세와 기술을 넘어 금융·통화 영역으로까지 확전되고 있다. 미국은 달러 패권을 활용해 글로벌 금융질서를 주도하고 있으며, 중국은 디지털 위안화와 자본시장 개방을 무기로 탈달러화를 시도하고 있다. 양국의 통화 패권 경쟁이 가속화되면서, 한국 역시 금융시장 안정성과 외환주권이라는 중대한 과제 앞에 놓였다.
미국은 글로벌 달러 유동성을 무기로 패권을 유지해왔다. 2022년부터 이어진 고금리 기조는 신흥국 자본의 미국 회귀를 유도했고, 이는 달러 수요와 달러 강세로 연결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2025년 재집권 후에도 ‘강한 달러’를 대외전략의 축으로 삼으며, 자국 중심 통화정책을 천명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미국은 우방국과의 통화스와프 체결을 정치적 동맹의 시금석으로 활용하며, 경제 블록화를 가속하고 있다.
중국은 달러 패권에 정면 도전하고 있다. 디지털 위안화(CBDC)를 통해 국경 간 결제 시스템에서 달러 의존도를 줄이려 하고, 위안화 결제를 허용하는 일대일로 국가들과의 금융협력을 강화 중이다.
최근에는 위안화 결제 비중이 원유·천연가스 거래 일부에서 확대되고 있으며, 동남아·중동 일부 국가들은 위안화를 외환보유 통화로 일부 편입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의 자본시장 투명성 부족, 환율 조작 우려, 낮은 통화 신뢰도는 여전히 국제화의 걸림돌로 작용한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한국은 통화·금융 주권의 방어력을 키우는 것이 절실해졌다. 외환보유액은 2024년 말 기준 4200억 달러 수준으로 안정세를 보이고 있으나, 원화의 국제화 수준은 여전히 낮고, 외환시장 변동성에는 취약한 구조다. 특히 미중 금융블록화가 심화될 경우, 한국은 달러 유동성 경색이나 위안화 결제 압박 양측 모두에 휘둘릴 수 있다.
이에 따라 세 가지 방어전략이 요구된다.
첫째, 외환 유동성 확충과 한미 통화스와프의 상시화가 필요하다. 미국과의 통화스와프는 단기적 금융시장 안정의 핵심이며, 상설화 또는 최소한의 정례화를 위한 외교적 노력이 시급하다.
둘째, 위안화 의존도 관리다. 중국과의 교역에서 위안화 결제가 늘어나고 있으나, 구조적 의존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결제통화 다변화 및 환리스크 관리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
셋째, 원화의 국제화 기반 구축이다. 아세안·중동·유럽 등과의 금융협력 확대를 통해 원화 결제 비중을 넓히고, 역외 원화 시장의 신뢰를 확보해야 한다. 나아가 국내 자본시장 개방과 투명성 제고는 장기적으로 원화의 글로벌 경쟁력을 뒷받침할 수 있다.
한국은 미중 금융전쟁에서 단순한 수동적 피해자가 되어서는 안 된다. 통화는 단순한 지불수단이 아니라, 외교·안보·산업전략을 관통하는 국가 역량의 핵심이다. 미국과의 신뢰를 토대로 단기 안전판을 확보하되, 장기적으로는 한국만의 ‘금융 안보 전략’을 갖춰야 한다. 한국의 금융주권은 더 이상 경제 문제에 그치지 않으며, 국가 생존 전략의 일부가 되고 있다.